아트선재센터서 서도호 대규모 개인전...리움 전시 이후 12년 만에 열려 "작가의 기발한 상상 시각화한 작품세계 만나볼 수 있어"
서도호 작가 아트선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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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작품 '공인들' 뒤에서 포즈를 취한 서도호. /아트선재센터
동시대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설치미술가 서도호가 오랜만에 돌아왔다. 2012년 리움미술관에서의 개인전 이후 12년 만에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 수묵 추상화의 대가인 산정 서세옥(1929~2020)의 장남인 서도호는 아버지의 명성에 기대지 않고 독자적인 길을 걸었다. 서울대에서 동양화 학사·석사를 딴 뒤 미국 로드아일랜드디자인학교와 예일대에서 회화와 조소를 배웠다. 미국 LA카운티미술관(LACMA),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박물관, 휘트니미술관, 일본 모리미술관 등 세계 곳곳의 유명 미술관에서 러브콜을 받은 그는 백남준, 이우환을 잇는 아티스트로 불린다. 내년에는 영국의 대표적인 미술관인 테이트모던에서 개인전이 예정돼 있다.
이번 전시 제목은 사변, 추론, 사색 등을 뜻하는 '스페큘레이션스'(Speculations)이다. 전시 개막을 앞두고 열린 기자들과 만난 서도호는 "'만약에'(What if)라고 설정하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진행되는 작업 과정을 '스페큘레이션'이라고 이름 붙인 것"이라면서 "내 작업 대부분이 그런 과정을 거쳐서 이뤄진다"고 말했다.
서도호 비밀의 정원 전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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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호의 '비밀의 정원' 전시 전경./사진=전혜원 기자
전시장 곳곳에서는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과 기발한 아이디어를 마주할 수 있다. '비밀의 화원'이라는 작품도 그중 하나다. 작가의 아버지인 서세옥 화백이 창덕궁 연경당을 본 따 지은 집을 재현한 작품이다. 작가는 자신이 어린 시절 살았던 집과 정원을 16분의 1 크기의 모형으로 정교하게 제작해 18륜 트럭의 화물칸에 실었다. 어린 시절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작가는 미국적인 풍경을 상징하는 트럭과 한옥집을 대비시킨다. 작품 옆에는 비밀의 정원이 실린 트럭이 미국 대륙을 횡단하면서 뉴욕에 위치한 매디슨 스퀘어 공원에 비스듬히 주차하기까지의 여정이 담긴 애니메이션도 함께 선보인다. 서도호의 1998년작인 '공인들'을 움직이는 조각으로 새롭게 구현한 작품도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공개돼 눈길을 끈다. 한 명의 영웅이 좌대 위에 서 있는 기념비가 아니라, 300여 명의 작은 사람들이 좌대를 떠받치고 있는 형상의 작품이다. 작가는 관람객의 시선을 무거운 좌대를 지탱하는, 혹은 그 무게에 저항하는 익명의 대중에 향하게 한다. 아트선재센터 관계자는 "자세히 보면 인물들의 성별, 인종 등이 모두 다르게 묘사돼 있다"면서 "역사를 만드는 민중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공인들 세부 모습 아트선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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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호의 '공인들' 세부 모습. /아트선재센터
파도의 움직임처럼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향수병'이라는 작품도 주목할 만하다. 해안가에 난파된 것 같은 모습의 한옥이 보이고, 파도에 휩쓸린 옷가지와 가재도구 등이 떠다닌다. 런던에서 난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작가가 시작한 작업이다. 강제로 바다를 건너야 하는 이들의 고통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밖에 2012년 광주비엔날레 때 실제 운영됐던 극소형 이동식 호텔 '틈새호텔', '한 문화의 건축물이 날아가 다른 문화의 건축물에 박힌다면 어떨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별똥별' 작업, 영국 리버풀 비엔날레 때 리버풀의 실제 두 건물 사이 어린 시절 집을 축소한 모형을 끼워뒀던 작품 등도 모형으로 재현됐다.
영상 작품 2편도 순차 상영된다. 재개발로 철거 예정인 대구의 동인시영아파트와 역시 영국 런던의 철거 직전 상황에 있는 주거단지 모습을 담은 작업이다. 전시는 11월 3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