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집권 총리 축출 배경
고부가산업 전환 못해 한계
'성장의 사다리 끊겼나'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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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은 방글라데시 셰이크 하시나 총리를 축출한 대규모 시위 발생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총리가 이끄는 집권당이 총선에서 의외로 과반의석 달성에 실패한 배경에도 청년실업이 있다고 분석했다.
극빈층 감소의 모범사례로 손꼽혀온 방글라데시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6.5%씩 성장했지만, 유엔 국제노동기구(ILO) 자료에 따르면 지난 몇 년간 청년실업률은 30년 만에 최고인 16%로 치솟았다.
중국과 인도의 청년실업률도 16%에 달했고 인도네시아는 14%, 말레이시아는 12.5%를 기록했다. 이들 나라에서 15~24세 청년 3000만명이 실업상태여서 전셰계 청년 구직자 6500만명의 절반에 육박한다. 이 아시아 국가들의 청년 실업률은 미국·일본·독일 등 부국들보다는 높지만, 청년실업률이 25%에 달하는 이탈리아·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보다는 양호하다.
중국처럼 광범위한 제조업 기반을 갖고 있지 못한 아시아 국가들은 어떻게 지속적 발전을 이어갈지 의문을 낳고 있다.
미래에 대한 전망이 사라진 방글라데시 청년들은 15년간 집권한 하시나 총리를 몰아냈다. 모디 인도총리 역시 연평균 8% 경제성장을 이끌었지만 집권당은 올해 선거에서 과반의석을 상실했다. 실업에 시달리는 젊은 층의 좌절감이 그 배경으로 분석된다.
중국정부는 청년실업률이 20%를 기록한 뒤 지난 해 한동안 청년실업 통계를 발표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는 주로 광산업과 광물 가공 부문의 전례 없는 성장으로 견고한 5%대 성장을 달성했는데 이 부문은 노동력보다 대규모 중장비가 투입된다.
많은 나라에서 구직난은 20대 후반까지 이어진다. 지난해 남아시아 25~29세 고용인구 중 71%가 자영업자나 임시직이었다.
중국과 같은 성장을 기대했던 아시아 국가들은 이제 '번영의 사다리'가 부서졌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세계의 의류공장 역할을 하면서 가난을 탈출했고 청바지, 셔츠, 스웨터 등을 주요 서구 브랜드에 납품하며 수백만 명이 공장에 고용됐다. 그러나 방글라데시의 발전 단계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전자제품, 중장비, 반도체 같은 더 정교한 고부가가치 생산으로 전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본, 한국, 중국이 경제적 성공을 이룬 이러한 전환은 이제 훨씬 더 어려워졌다.
이들은 중국과 같은 초고효율 국가와 경쟁해야 하는데다 미국 등 선진국도 제조공장을 국내로 다시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자동화가 지형을 변화시켰다. 방글라데시의 성장엔진인 의류 생산도 인력보다 기계에 의존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의류수출은 두 배로 늘었지만 전체 고용은 훨씬 더 느리게 증가했다.
노동력의 불일치도 발생했다.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 매년 고등교육 이수자, 대학학위 소지자가 더 많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은 디자인, 마케팅, 기술, 금융 분야 같은 사무직을 선호하지만 일자리는 그만큼 생겨나지 않는다.
인도는 정보기술 산업을 발전시켰지만 고용인원은 한정돼 있고 그 마저도 인공지능(AI)이 등장하면서 위협을 받고 있다. 2023년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25세 이하 대졸자의 40% 이상이 실업 상태인 반면, 초등학교도 마치지 않았지만 문해율이 높은 같은 연령대 사람들은 11%만이 실업 상태다.
방글라데시에서도 2022년 정부 조사에 따르면 학사학위를 가진 사람들의 실업률은 전체 평균의 세 배에 달했다. 방글라데시의 주요 교육기관 중 하나인 다카 대학 도서관은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졸업생들로 가득 차 있다. 많은 이들이 20대 후반까지 부모의 용돈에 의존하며 살아간다.
이런 상황에서 방글라데시 정부가 해방전쟁 참전용사 가족에게 정부 임명직의 30%를 할당하기로 하자 대규모 시위가 촉발됐고, 하시나 총리는 해외로 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