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것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탈원전 국가들이 원전 건설로 선회한다는 점이다. 사고 후 원전 건설과 증설을 중단했던 일본은 2022년에 방침을 바꿔 향후 원전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스웨덴은 1980년 국민투표로 탈원전에 돌입했다가 2023년 신규 원전 계획을 발표했고 이탈리아도 35년간 탈원전을 해오다 지난 8월에 원전을 재도입하기로 했다. 프랑스는 2022년 대규모 원전 투자계획을 발표했고, 반도체 강국 대만 역시 탈원전으로 인한 전력난 우려가 커진다는 보도다.
세계 여러 나라가 탈원전 정책에서 벗어나선 것은 AI(인공지능) 확산, 반도체 공장 가동, 각종 산업시설 증설, 대규모 신도시 건설 등으로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를 화석연료나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로 충당할 수 없어서다. 한 예로 경기 용인에 건설되는 반도체 클러스터는 수도권 전기 사용량의 3분의 1을 사용할 정도로 전기 수요가 폭발적이다. 각국은 2030년부터 2050년 사이 탄소중립도 실현해야 하는데 원전을 확장하지 않고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도 증설의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한국은 세계 원전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했고 수주 저력도 보여줬다. 이명박 대통령 때인 2009년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4기를 20조원에 수주했다. 2022년에는 이집트 엘다바 원전을 3조원에 따냈다. 올해 2월에는 불가리아 원전 2기를 수주했다. 올 7월에는 체코에서 프랑스를 물리치고 24조원 규모 원전 2기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한수원과 국내기업이 '원팀'이 되어 일군 성과다. 폴란드 등 다른 나라에서도 수주를 위해 뛰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특히 적극적이다.
윤 대통령의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 폐기가 미래 먹거리 창출에 일대 전환점이 되고 있다. 정부는 신규 원전 일괄수주 못지않게 원전 설비수출을 '블루오션'으로 보고 원전 설비수출 활성화에도 나섰다. 윤석열 정부는 2023년 69억원이던 원전 수출 지원 예산을 2024년 335억원으로 확대했고 원전수출 중점 공관 8곳과 무역관 10곳도 운영한다. 원전 수출은 정부와 기업이 원팀이 돼야 하는데, 정부지원이 수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소형모듈원전(SMR) 등 기술개발과 웨스팅하우스의 견제 극복은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