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대통령실과 정부의 이런 전향적인 태도에도 의료계는 이미 확정된 2025학년도 의대정원의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며 몽니를 부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협의체 참여에 앞서 의료대란의 책임을 물어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보건복지부 장·차관 및 대통령실 사회수석의 경질을 요구했다. 민주당도 이런 책임의 추궁에 앞서 의료문제의 해결을 위한 대안부터 마련해 제시하기 바란다.
대한의사협회는 7일 "2025년 의대정원의 원점 재논의가 불가한 이유와 근거는 무엇인가"라는 한 줄짜리 짧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국무조정실이 이날 "의료계가 2026학년도 의대정원 규모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의대정원과 관련한) 재논의는 불가하다"고 하자 엉뚱하게 이미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2025학년도 의대정원 얘기를 꺼낸 것이다. 전날 당정이 제안한 여·야·의·정 협의회 구성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기존 2000명 증원에서 한발 물러난 내년 의대정원 1509명 증원 계획을 일선 대학들과 협의해 이미 확정했다. 9일부터 이런 내용이 반영된 내년도 수시모집 원서접수까지 시작된다. 이런 상황에서 의대 증원을 다시 논의한다면 "50만 수험생의 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내년 정원문제는 이미 법원도 정부 측 손을 들어줬고,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에서도 2025년 정원만큼은 돌이킬 수 없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발표까지 했다.
그런데도 민주당 의료대란 대책특위 위원장인 박주민 의원은 "2026년도에만 국한하지 않을 것"이라며 "2025년도 정원 규모도 논의에서 굳이 배제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딴소리를 했다. 대표들끼리 합의한 사항까지 뒤집을 수 있다는 뉘앙스로 발언하는 것은 책임 있는 공당의 자세가 아니다.
대통령실과 정부가 모처럼 대화의 손길을 내민 만큼 의료계도 조건 없이 여·야·의·정 협의체에 동참해야 한다. 협의체 구성을 계기로 의대생, 전공의, 의사단체 등이 먼저 의료계 내부의견부터 조율해서 협의체에서 정부와 의대정원을 비롯한 다양한 의료개혁 방안을 도출해 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