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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매체는 지난 8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제2경제위원회 산하 국방공업기업소를 방문하고 무장장비 생산 실태를 료해(파악)했다는 기사와 함께 김 총비서가 국방공업기업소에서 12축 TEL 바퀴에 손을 얹고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사진을 보도했다. 북한이 12축짜리 TEL을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에 북한이 공개한 TEL은 화성-17형 ICBM을 발사할 때 사용한 11축짜리 TEL과 화성-18형 ICBM을 쏠 때 사용한 9축짜리 TEL 등이었다. 화성-18형보다 화성-17형 TEL의 축 수가 많은 건, 화성-17형의 미사일 길이가 23m로 화성 18형 보다 역 3m 가량 길기 때문이다. 즉 이번에 공개한 12축짜리 TEL은 북한이 기존에 보유한 ICBM보다 길고 무거운 신형 ICBM을 발사 할 때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신형 ICBM은 사거리나 위력이 늘어 났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TEL의 바퀴 수가 늘어났다는 건, 기존 미사일보다 큰 게 등장한다는 것"이라며 "화성-17형보다 조금 긴 형태가 되거나, 화성-18형을 대체할 더 큰 게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위력을 키운 다탄두(MIRV) 방식의 ICBM을 개발해 미국에 대한 핵 공격 능력을 더욱 고도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이미 여러 목표물에 각각 하나의 탄두가 떨어지는 방식의 다탄두 탄도미사일 시험을 추진해 왔다. 여러 개의 탄두를 실으면 ICBM의 사거리는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보다 많은 탄두를 실으면서 사거리는 미 본토 전력에 다다를 수 있도록 추진체계를 키우며 TEL 축 수도 늘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KIDA) 북한군사연구실장은 "북한이 실제로 미국에 대한 전략적 억제력을 가지려면 탄두 재진입체가 1~3발 수준인 화성-18형보다 더 큰 걸 가져야 한다"며 "북한은 탄두에 재진입체가 10발 전후로 들어가야 미국을 압박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ICBM을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은 76주년 북한정권수립일(9일)을 맞아 경제난에 따른 민심이반을 막고 체제 결속을 위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결국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최근 더욱 강화되고 있는 한·미 확장억제전략과 한·미·일 안보공조에 균열을 내기 위한 것으로도 보인다. 북한이 미국 본토에 직접 핵 탄두를 날릴 수 있는 ICBM을 보유하게 될 경우, 미국 본토에 대한 핵 공격을 우려한 미국이 한반도 유사시 군사적 행동을 주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북한이 지난 8일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한·미가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한 제1차 한·미 핵협의그룹(NCG) 모의연습(TTS·Table-Top Simulation)에 대해 "미국의 핵 위협 공갈"이라고 비난하며 "미국과의 장기적 핵 대결에 대비하기 위한 실천적 조치들을 지속적으로 결행해 나갈 것"이라고 위협한 것은 이를 방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미는 지난 5~6일 미국 워싱턴에서 양국의 안보·국방·외교·군사·정보당국 관계관들이 참가한 가운데 실시한 제1차 한미 NCG TTS를 통해 북한의 핵 위협부터 실제 핵사용까지 핵 위기 상황별로 미국의 전략자산과 전략·전술핵 등으로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조율과 협의 과정을 한미가 실전처럼 공동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같은 한·미의 움직임에 위기 의식을 느낀 북한이 미국 대선을 전후로 7차 핵실험, 기존 ICBM의 정상각도 발사, 신형 ICBM 시험발사,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등의 도발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 위원은 "최근 미국을 향한 북한의 고강도 도발이 없었는데, 미 대선을 앞두고 ICBM 시험발사가 대표적인 메시지가 될 수 있다"라며 "북한이 12축 TEL을 공개한 건 미국 대선 전 신형 ICBM을 시험발사할 수 있다는 일종의 예고"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