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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무기 된 ‘삐삐’… 암호화된 메시지 전송해 폭발, 1시간 동안 곳곳서 ‘펑 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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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4. 09. 18. 17:50

모사드, 유럽BAC 제품에 폭발물 설치
기기 내부에 폭발성 물질 보드 주입
헤즈볼라 거점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한 무선호출기 잔해. /X(옛 트위터) 캡처
레바논에서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무선호출기 수천 대가 동시에 폭발한 것은 이스라엘이 사전에 설치한 폭발물 때문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통신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미국·레바논 등의 정부 관리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헤즈볼라가 주문한 대만산 호출기 수천 대에 소량의 폭발물을 사전에 설치했다고 보도했다.

피라스 아비아드 레바논 보건장관 대행은 이날 오후 3시45분(한국시간 오후 7시45분)부터 1시간가량 레바논 전역에서 지속된 폭발로 8세 여자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9명이 숨지고, 약 2750명이 다쳤으며 부상자 가운데 약 200명은 중태라고 밝혔다.

비슷한 시간대에 이스라엘·레바논과 국경을 맞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도 호출기가 폭발해 헤즈볼라 대원 등 최소 14명이 부상한 것으로 시리아인권관측소는 밝혔다.
로이터는 여러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다가 이 작전을 수개월 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며 레바논 고위 안보 소식통을 인용해 헤즈볼라가 대만에 본사를 둔 골드 아폴로가 만든 호출기 AP924 모델 등 5000대를 주문했는데, 모사드가 생산 단계에서 이 호출기를 개조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사드가 기기 내부에 코드를 수신하는 폭발성 물질이 들어있는 보드를 주입했다"며 "이는 기기나 스캐너 등 어떤 수단으로도 탐지하기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암호화된 메시지가 전송돼 동시에 폭발물을 작동시켜 수백대의 호출기가 폭발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파괴된 호출기 사진에서 대만 타이베이(臺北)에 본사를 둔 골드 아폴로가 만든 호출기와 일치하는 형식과 스티커가 뒷면에 부착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이 호출기는 다른 호출기처럼 문자 메시지를 수신하고 표시하지만, 전화 통화는 할 수 없다고 전했다.

헤즈볼라 대원들은 이스라엘의 위치 추적을 피하려고 이 호출기를 저기술 통신수단으로 사용해 왔다고 로이터는 헤즈볼라 작전에 정통한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알렸다.

NYT는 미국 등 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헤즈볼라가 수입한 대만산 무선호출기에 소량의 폭발물을 투입했다며 헤즈볼라가 주문한 호출기는 대부분 AP924 모델이지만, 다른 골드 아폴로 모델 3종도 포함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2명의 관리에 따르면 호출기의 배터리 옆에 1∼2온스(28∼56g)의 폭발물이 들어가 있었으며 이를 원격으로 터뜨릴 수 있는 스위치도 함께 내장됐다.

이스라엘은 또한 무선호출기가 폭발 직전 수초간 신호음을 내게 하는 프로그램까지 설치했다고 당국자 3명이 말했다.

이 때문에 다수 피해자는 무선호출기 화면을 확인하려는 과정에서 폭발에 따른 상처를 입었다. 피해자 대부분은 손이나 얼굴, 복부를 다쳤으며 손가락을 잃거나 두 눈을 심각하게 다친 이들도 있었다.

폭발 당시 영상을 본 보안 전문가들도 폭발의 강도와 속도가 단순한 기기 이상이 아닌 폭발물에 의한 것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번 작전은 헤즈볼라 대원들이 수년간 사용해 온 수백대의 호출기를 표적으로 삼은 것이라며 호출기 사용은 헤즈볼라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가 이스라엘 정부기관이 휴대전화 네트워크에 침투했다고 경고한 지난해 10월 7일 이후 더욱 널리 확산됐다고 NYT는 3명의 레바논 관리와 안보 전문가를 인용해 보도했다.

대만업체 골드 아폴로는 폭발한 호출기는 자사 브랜드 사용권을 가진 유럽회사 BAC가 생산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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