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걸쳐 헤즈볼라에 공급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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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NYT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헤즈볼라의 삐삐를 사전에 조작해 소량의 폭발물을 심은 것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준비한 정교한 속임수의 일환으로 삐삐를 직접 제조하고 수십그램 분량의 폭발물을 설치해 공급했다는 것이다.
레바논 전역에서 지난 17일 무선호출기 수백 대가 동시다발로 폭발한 다음날인 18일엔 레바논 각지에서 휴대용 무전기(워키토키)가 폭발해 또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삐삐에 숨겨진 불과 몇 온스(1온스는 28그램)에 불과한 폭발물이 터지면서 오토바이에 타고 있던 성인이 날아가 벽에 부딪히고, 팔 다리가 떨어져 나갔다.
이스라엘은 이 동시다발 폭발사건의 배후라고 인정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지만 이 사건에 관해 브리핑을 받은 12명의 당국자들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오랜 기간에 걸쳐 정교하게 이 기습작전을 계획해 왔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헤즈볼라의 고위 사령관들을 표적 암살로 잇달아 제거하자, 헤즈볼라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는 이스라엘이 그의 요원들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휴대전화 네트워크를 사용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어 이스라엘이 첨단기술을 사용한다면, 헤즈볼라는 구식 기술로 대응한다는 전략을 짰다. 그는 지난 2월 공개연설에서 "여러분이 손에 쥐고 있는 휴대전화가 스파이"라며 "땅에 묻어 버리거나 철통에 넣고 잠가 버리라"고 말했다.
그때부터 휴대전화 대신 위치추적이 불가능한 삐삐가 레바논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 정보국은 새로운 기회를 발견했다. 나스랄라가 삐삐 사용 확대를 결정하기도 전에 이스라엘은 유령회사를 차리고 국제 삐삐 생산업체로 위장했다.
나스랄라는 헤즈볼라 대원들 모임뿐 아니라 이동 계획 등을 논의할 때도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시켰다. 헤즈볼라는 이후 삐삐를 항상 휴대하고 다녔다.
올 여름 삐삐가 레바논으로 대량 도입돼 헤즈볼라 대원들에게 보급됐다. 삐삐가 헤즈볼라에겐 방어수단이었지만 이스라엘 정보당국에겐 때가 무르익었을 때 누르면 폭발하는 '버튼'이었다. 그리고 '그 때'가 바로 이번 주였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또 폭발을 유도하기 위해 삐삐에 소리가 울리도록 하고 아라비아어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 헤즈볼라 지도부로부터 온 메시지로 오해하도록 만들었다.
메시지 착신음이 울리고 몇 초 뒤, 레바논 전역은 아비규환으로 돌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