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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전 실장이 내세운 명분은 '평화'였다. 그는 연설에서 '통일 유보' 주장을 두 가지로 설명했다. 남북 간 화해 협력에 거부감이 생긴다는 것이 하나고, 통일을 유보해야 남북 평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또 다른 이유였다. 김정은은 올 초 "남북은 더 이상 동족 관계가 아니며, 두 개의 적대적 국가"라고 선언한 뒤 초강경 대남 압박을 주도해 왔다. 2023년 12월 말 김정은이 "미국의 식민지 졸개에 불과한 괴이한 족속"과는 "통일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지 열 달 정도 지난 시점이다. 임 전 실장의 주장도 동일하게 북한식 정치선전의 재판에 불과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지난 반 세기가량 대한민국의 좌파 진영은 줄곧 안보 공포를 조장해 왔다. 그들은 군사정권이 대중적 공포를 조장하기 위해 북한을 악용한다고 생각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1987년 11월 29일 인도양 미얀마 상공에서 터진 대한항공 858기 폭파 사건이 있다.
해당 사건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고, 결과에 낙담한 특정 진영은 두고두고 이 사건을 안기부의 자작극이라 주장했다. 결국 2004년 노무현 정권 당시 발족한 '국정원 과거 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3년에 걸쳐 사건을 철저히 조사했다. 하지만, '안기부 조작설' 등 의혹은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전혀 없었다. 1987년 대한항공 858 폭파 사건은 전두환 정권의 자작극이 아닌, 북한의 대남 적화 노선에 따른 명백한 군사적 만행이었다.
이런 가운데 임 전 실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의 '두 국가론' 주장에 비판이 쏟아진 데 대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냉온탕을 오가는 남북 관계를 언제까지 지속해야 하나"라며 답을 일축했다. 김정은의 '반통일 2 국가 선언' 발언과 맞물려 독립적 주권국으로 인정해 달라고 해석될 여지가 다분한 상황에서 즉답을 피한 것이다. 대중의 관심을 받기 위한 정치적 발언일 수 있지만, 공개 석상에서의 이 같은 발언은 부적절을 넘어 위험하다. 통일은 곧 전쟁이고 분단은 곧 평화라는 임 전 실장의 주장이 한·미 동맹을 전쟁광으로 매도한 북한식 정치선전의 재판으로 대중에 비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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