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정부 강력한 규제에 기준금리 하락 영향 미비"
“대출금리 하락해야 하지만, 연말까지 규제 지속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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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기준금리 인하에도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을 다시 한번 자극할지 여부에 대해서 부동산 전문가들은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기준금리 하락을 기점으로 시중은행 등의 대출 금리가 하락해야 실질적인 체감 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현재 정부가 강력한 금융 규제를 걸고 있어 그 영향력이 반감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1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3.50%인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p) 낮췄다.
지난 2021년 8월 0.25%p 인상 이후 이어진 통화 긴축 기조를 마무리하고 완화 시작을 알리는 3년 2개월 만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이다.
기준금리 하락으로 대출 원금·이자 비용 부담이 줄어들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등 가계대출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상승세가 다소 주춤거리고 있는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을 또 한 번 들썩이게 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현재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3월 4408건으로 4000건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 7월 8894건을 기록하며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하지만 8월 들어 거래량이 6000건대인 6144건으로 줄었고, 지난달에는 2172건으로 집계되며 과열됐던 시장이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집값 상승률도 둔화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지난 3월 넷째 주부터 29주 연속 상승 지난 8월 둘째 주 0.32%로 고점을 찍은 뒤 상승 폭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38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하로 그간 부동산 경기 침체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 고금리 시대가 사실상 막을 내리며 또 다시 집값을 자극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 은행들의 대출 한도 축소 등 9월부터 본격화된 금융 규제로 즉각적인 기준금리 인하 효과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준금리 하락에도 이자 비용 감소 등 그 효과를 체감하기 위해선 시장금리 하락이 필수적인데,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 드라이브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일반적으로 기준금리 인하가 나타나면 대출금리 인하로 이어지며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낮아져 주택 매입 수요·거래량 증가로 인한 매매 가격 상승세가 나타난다"며 "하지만 가계 부채 급증·서울 아파트값 급등 등의 이유로 정부는 3분기부터 금융 정책 강화를 통한 안정성을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준금리 인하와 비례해 대출금리가 인하되었을 때 스트레스 DSR 정책 등 강화된 대출 규제로 그 효과가 반감될 수 있는 것"이라며 "금융 규제에 따른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세 억제 효과도 이제 막 시장에서 나타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은행 등이 적어도 연내 기준금리와 비례한 대출금리 인하를 단행하기는 큰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아파트 가격이 실제 상승하는 데는 장기적으로 2년까지도 걸린다"며 "이 가운데 지금은 금리 인하보다 실제 대출이 필요한 차주들이 얼마나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가 더욱 중요해진 만큼, 즉각적인 아파트값 상승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또 주담대 금리 등이 일부 낮아지더라도 단기간 급등한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에 대한 피로감으로 올해 여름 만큼의 가파른 가격 상승세는 나타나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빅데이터 랩장은 "지난달 미국 FOMC의 기준금리 '빅컷'(0.5%p 인하) 이후 이미 금리인하 기대가 일부 부동산 시장에 선반영 되어있다"며 "여기에 연내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어진 집값 상승 피로감이 누적되어 있어 연말까지 아파트값 상승세 축소·거래량 하락 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에 주택구입 실수요자는 정비사업·분양 및 증여 등 부동산 자산에 영향을 미칠 8.8 공급 대책이나 세제개편 등의 법 개정 현실화 여부를 살피고 본인에게 맞는 부동산 자산 운용 전략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