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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 그리고 한강 작가에게 문학적 DNA를 물려준 아버지이자 역시 소설가인 한승원 작가의 작품은 나란히 2편씩 영화화된 적이 있다. 그런데 딸도, 아버지도 각각 한 명의 감독과 손잡았다는 점이 흥미롭다.
한강 작가에게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안겨준 '채식주의자'는 같은 제목으로 스크린에 옮겨져 2010년 2월 전국 19개 스크린에서 단촐하게 개봉했다. '챔피언'으로 깜짝 주연 신고식을 치렀던 채민서가 육식을 거부하는 주인공 '영혜' 역을 맡아 극한의 감량을 시도하는 등 나름 파격적인 열연을 펼쳤지만 영화는 관객에게 외면당하고 아쉽게 묻혔다.
연출자인 임우성 감독은 '채식주의자' 이후에도 한강 작가의 소설집 '내 여자의 열매'에 수록된 중편 '아기 부처'를 '흉터'란 제목으로 2011년 영화화했다. '흉터'는 자신의 내면을 속이고 결혼한 두 남녀의 위태로운 일상을 그린 1시간여 분량의 저예산 독립영화로 제59회 산세바스찬 국제영화제 등 해외에서 주로 호평받았다.
앞서 '아제아제 바라아제'와 '불의 딸' 등 한승원 작가의 소설 2편은 모두 '거장' 임권택 감독에 의해 영화로 다시 태어났다. 이 중 1989년작인 '아제아제 바라아제'는 그해 열린 제16회 모스크바 국제영회제에서 고(故) 강수연에게 여우주연상을 선사해 낯익은 작품이다. 임 감독과 처음 손잡은 '씨받이'로 198년 제44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아 일약 월드스타로 발돋움한 뒤, 임 감독의 부름을 다시 받은 강수연의 극중 파르라니 깎은 머리가 35년이 지난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이밖에 '불의 딸'은 무속인이었던 어머니의 과거를 추적하는 한 남성의 여정을 그린 1983년작으로, 방희와 박근형이 모자로 호흡을 맞췄다.
오래 전 개봉했거나 흥행에 성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네 편 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아쉬웠다.
다행히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CJ CGV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해 영화 '채식주의자'와 '흉터' 두 편을 오는 17일부터 단독 상영한다고 14일 밝혔다. 이 외에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한국영상자료원을 방문하면 이들의 작품들이 어떻게 영상으로 구현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