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온 상승 못지않게 가뭄도 심각하다. 우리나라는 현재 100년 전 대비 연간 약 20㎝ 정도 비가 더 내리지만, 비가 내리는 날은 과거에 비해 한 달이나 감소했다. 여름에는 폭우가 자주 내리고, 겨울철과 봄에는 가뭄이 지속된다. 특히 봄 가뭄은 식물들이 싹을 틔우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기에 발생해 식물들의 생육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기후변화는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 사용이 늘어나며 배출량이 증가하기 시작한 이산화탄소가 가장 큰 원인이다. 그래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나무를 많이 심고 가꾸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서울시가 최근 정원 도시로 변화를 선언하고 더 많은 정원을 선보이며 나무를 심는 것 또한 기후 대응을 위한 맥락인 것 같아 참 반가운 일이다.
기후변화와 계절 길이의 변화는 나무 심기 적합한 시기에 대한 논의를 촉발했다. 특히 식목일의 날짜 변경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이유는 식목일인 4월 5일이 나무를 심기에는 다소 늦은 시기기 때문이다. 1940년대 서울의 4월 5일 평균기온은 약 7.9℃였지만, 최근에는 9.8℃까지 상승했다. 기온으로 보면 서울은 3월 중순, 제주도는 3월 초순에 과거 식목일의 기온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나무 심기에 적합한 기온은 3월로 앞당겨졌으며, 산림청에서도 식목일보다 앞선 3월에 나무를 심도록 권장하고 있다.
가을에 나무를 심는 것도 권장되고 있다. 겨울이 짧아지면서 가을에 심은 나무들이 봄에 심는 경우보다 더 안정적으로 생장할 수 있는 기후조건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또한 양묘기술의 발달로 용기에 재배한 묘목이 보급되기 시작하고, 가을철에 심는 나무의 활착률이 증가하면서 나무를 심는 계절에 대한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가을에 나무를 심는 것은 봄에 나무를 심는 것에 비해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뿌리성장에 유리하다. 가을은 기온이 서서히 내려가기 때문에 땅이 얼기 전까지 뿌리가 안정적으로 자랄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다음 해 봄에 나무가 스트레스 없이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좋은 조건이 된다. 둘째, 가을은 봄보다 덜 건조해 토양수분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봄 가뭄이 심해 봄에 심은 나무들이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거나 봄철 빠른 기온 상승으로 높은 온도와 건조한 환경이 뿌리 활착에 어려움을 주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반면 가을에 나무를 심을 경우 봄보다 뿌리 생육이 수월하여 봄철에 물 부족으로 인한 피해를 덜 입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과거에는 봄에는 나무를 심고 가을에는 심은 나무를 가꾸는 '육림(育林)의 날'이 있었다. 하지만 국토녹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1989년 육림의 날은 폐지되고, 이후 11월 1일부터 7일까지를 육림주간으로 설정해 나무 가꾸기를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나무를 심는 시기가 변화함에 따라 육림주간에도 나무를 가꾸는 것뿐만 아니라 나무를 심도록 국민에게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 가을은 나무를 심기에 좋은 계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