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실질적 유사성 판단, 법관마다 달라"
창작 요리·레시피는 저작권법 보호 대상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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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프로그램의 패러디물이 저작권 침해를 다투는 소송전으로까지 나아간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2년 SBS는 자사 프로그램 '짝'을 패러디한 tvN의 'SNL코리아'를 상대로 1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5년 간 이어지던 소송은 SBS의 최종 패소로 막을 내렸는데 당시 대법원은 "SNL의 패러디물은 원저작물인 '짝'의 성격과 구성 면에서 실질적 유사성을 인정하기 어려우며 이와 구별되는 창작적 개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이와 별개로 '짝'을 패러디한 게임회사 넷마블을 상대로 낸 손배소에서는 "넷마블의 홍보 목적 영상물에서 '짝'의 기본 구조를 차용해 프로그램의 핵심 요소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며 실질적 유사성을 인정했다.
결국 패러디물의 저작권 침해를 판단하는 법적 기준인 '실질적 유사성'이 불확정 개념으로서 법조계에선 법관의 판단에 따라 그 위법성에 대한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모임' 소속 김지연 변호사는 "대중이 생각하는 것처럼 수익성 여부는 저작권 침해 판단 여부와 무관하다. 공공기관에서 공익을 위해 패러디물을 제작했더라도 저작권 침해 분쟁 가능성이 있다"며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침해자의 저작물이 저작권자의 저작물에 의거해 그것을 이용했어야 하고, 침해자의 저작물과 저작권자의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돼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는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프로그램이긴 하나 패러디물에 대한 법적 판단은 실질적 유사성과 복제된 창작 부분이 전체 영상에서 차지하는 질적·양적 비중 등에 의해 건별로 그 판단이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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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 '밤 티라미수' '빠스 강정' 식당에서 팔면?
'흑백요리사'에서는 매주 다른 미션이 주어지며, 그 미션에 맞춰 성격이 다른 여러 종류의 요리를 선보였다. 만일 프로그램에서 공개된 셰프들의 창작 요리 레시피를 이용해 다른 식당에서 팔아도 저작권 위반으로 볼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데 법조계의 진단이다. 김 변호사는 "저작권법상 인정되는 저작물들은 사진이나 글 같은 일정한 형태를 요하는 만큼 요리나 레시피는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보기 힘들다"며 "지금까지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받아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메뉴의 이름을 프로그램 직후 상표로 출원했다거나 정말 특수한 레시피일 경우 그 진보성과 신규성 등을 인정 받아 특허로 출원할 수는 있으나 기존 레시피와 그만큼 차별화되는 특성을 인정받기는 힘들 것"이라며 "우리가 잘 아는 유명 식당 요리라고 해도 특허 출원으로 인정된 사례는 거의 없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