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날까 무섭다"…"분단 아픔 더 크게 느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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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11시께 경기 파주시 도라전망대에서 북쪽을 응시하던 이모씨(70)가 북한을 가리키며 옆에 있던 아내에게 이같이 설명했다. 그가 지목한 GOP(일반 전초)와 GP(감시 초소)는 남북이 서로를 경계하는 최전방 초소다. 북한의 인공기가 우리나라 태극기보다 높게 걸려 있는 것을 보며 그는 "처음엔 비슷한 높이였는데, 북한이 나중에 10m 정도 더 높이 올렸다"며 "이런 작은 것까지 신경전을 벌이는 걸 보면, 남북 간 체제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실감이 난다"고 말했다.
맑은 가을 하늘 아래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의 풍경은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였지만, 철책선 넘어로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개성공단의 건물들은 조용히 멈춰 있는 듯 했고, 판문점도 고요해 보였다. 하지만 군사분계선(MDL)을 사이에 두고 대치한 남북의 군인들 모습엔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도라전망대를 방문한 이들은 최근 북한의 도발로 인한 접경지역의 긴박함을 피부로 생생히 체감하고 있었다. 북한은 지난 14일 헌법 개정을 통해 한국을 통일의 상대가 아닌 '적대 국가'로 규정했다고 밝힌 데 이어 15일에는 남북을 잇는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 도로 일부 구간을 폭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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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아들과 함께 온 김모씨(86)는 "6·25 전쟁을 겪고 이곳에 오니 분단의 아픔이 더 크게 느껴진다"며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는 걸 다시 느낀다"고 복잡한 심정을 전했다.
전망대를 처음 방문했다는 박모씨(65)는 "멀게만 느껴졌던 북한이 이렇게 가까이 있다니 놀랍다"며 "철책선 하나를 두고 서로 넘어가지 못한다는 게 참 답답하다"고 말했다.
남북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으며 전쟁을 걱정하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전망대에서 만난 한모 씨는 "'전쟁이 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라는 상상을 하며 북쪽을 바라보고 있었다"며 "우리 세대는 통일을 간절히 바라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통일에 큰 관심이 없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시민들은 자식과 손주들의 미래에 대한 걱정을 떨치지 못했다. 최모씨(78)는 "조만간 진짜 전쟁이 날 것 같아 무섭다"며 "우리 세대는 괜찮겠지만, 다음 세대가 이곳에서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지, 남북 간의 충돌이 현실이 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DMZ는 남북의 군사적 충돌을 막기위해 MDL을 중심으로 남북각 2㎞씩 설정된 지역이다. 특히 파주 DMZ는 수도권과 인접해 지난 70년간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은 생태적 가치와 평화와 통일의 상징이 공존하는 관광 명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