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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학 칼럼] 제2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요새화”(Fortress America)정책을 달성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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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11. 07. 18:14

제2기 트럼프 행정부는 안보 무임승차를 해온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들에게 노골적인 부담과 책임을 요구할 것이다
NATO의 회원국들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트럼프는 미국의 NATO 탈퇴마저 고려할 것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이 지역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에 합당한 부담과 책임을 요구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미국에게 동맹국으로서 군사적으로는 물론이고 특히 경제적으로도 가치가 있다는 것을 부각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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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학 고려대 명예교수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을 역임한 도널드 트럼프가 2024년 11월 5일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되었다. 그는 미국의 역사에서 대통령
을 역임한 뒤 재임에 실패하고 그 뒤 4년 후에 다시 대통령으로 당선된 유일한 인물은 아니다. 이미 제22대 대통령 그로버 클리브랜드(Grover Cleveland)가 남북전쟁 후 공화당의 긴 집권의 시기를 종식시키면서 처음으로 민주당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그는 재선에서 실패했다. 그러나 4년 후에 클리브랜드는 제24대 대통령으로 재선되어 단임으로만 2차례 대통령을 역임했었다. 이것은 19세기 말에 있었던 일이며 그는 두 번이나 대통령을 역임했지만 조용히 잊힌 전직 대통령이었다. 그 후 거의 1세기 반이 흐른 21세기에 트럼프가 클리브랜드의 역사적 전철을 밟아 제45대 대통령을 역임한 뒤 다시 제47대 미국의 대통령으로 재선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에서 쉽게 잊혀질 것 같지 않다. 왜냐하면 그는 미국외교정책을 미국의 가장 전통적인 기조인 조지 워싱턴과 에이브러햄 링컨 시대의 고립주의로, 즉 '미래로의 복귀(Back to the future)'를 달성하려고 단단히 결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이런 '미국 요새화' 정책도 미국의 역사상 결코 처음으로 추진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미국의 고립주의적 정책은 미국의 가장 오래된 전통이었다. 미국은 독립혁명 때 동맹국 프랑스의 도움으로 성공했지만 건국 대통령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이 당시 약소국 미국은 국제적 중립, 혹은 유럽으로부터 고립정책의 토대를 놓았다. 그것은 미국 외교정책의 첫 기조로서 '워싱턴 규칙(the Washington Rule)'으로, 그리고 19세기 남북전쟁 때에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준수했으며 20세기 제16대 우드로 윌슨(Woodrow Wilson) 대통령에 의해 제1차 대전에 참전할 때까지 1세기 이상 미국인들에 의해서 유지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은 미국이 전 세계에 자유와 평등을 가져옴으로써 미국의 국가적 목적을 달성할 수단이었다. 미국의 참전은 전쟁을 종식시킬 뿐만 아니라 권력정치도 역시 종식시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미국의 19세기의 긴 고립주의에서 탈피하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미국의 목적과 참전 사이의 보이는 모순이 제거될 뿐만 아니라 미국의 참전은 미국 목적의 절정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미국이 자국을 위해 영토나 다른 어떤 이득을 추구하지 않음으로써 소극적인 방식으로 그것의 목적에 충실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자신의 자유에서 평등을 모방할 모델로 제시할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해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피를 뿌리고 재정을 소비하는 적극적인 방식으로 그것의 목적에 충실할 것이다. 즉 그것은 세상으로 하여금 미국을 모방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윌슨의 사상과 행동에서 민주적 십자군은 20세기의 환경에 적응한 미국목적의 논리적 확장이었다. 윌슨 대통령의 전후 평화계획인 14개 조항은 전 세계에 의해서 미국목적의 사도로서 사실상 수락되었다.
세계는 윌슨의 원칙들을 위해 미국의 힘을 기대했다. 그러나 미국은 세계를 실망시켰다. 윌슨은 권력정치의 짐으로부터 세계를 자유롭게 한다는 약속에 직면하여 그는 그 목적을 지원하는 말 밖에 아무 것도 갖고 있지 않았다. 당시 영국 수상 로이드 조지(Lloyd George)가 지적했던 것처럼, "미국인들은 10계명과 산상수훈의 유일한 후견인의 책임을 담당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지원과 책임의 실질적 문제에 부딪쳤을 때 그들은 그것의 수락을 단호히 거절했다." 윌슨 대통령의 원칙들은 청사진이 아니라 이정표에 지나지 않았다. 미국은 1920년 국제연맹을 거부함으로써 윌슨 대통령의 십자군 목적을 극적인 방식으로 청산하고 1930년대에는 무조건적인 미국 우선주의 정책(the America-First Policy), 다시 말해서, 미국의 고립주의를 선택했다. 그것은 행복한 귀환이었다. 그리하여 윌슨 대통령의 실패는 고립주의 형식으로 돌아가는 미국 외교정책의 반전을 초래했다.

따라서 트럼프의 고립주의 정책은 이런 미국의 역사를 이해한다면 이상할 것이 별로 없다. 미국의 국가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또 한 번의 외교정책 변화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21세기 국제적 상황에서 미국 국가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이라 생각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동맹국들이 그것을 탓하는 것은 사실상 자가당착이며 뻔뻔스러운 행위다. 왜냐하면 모든 국가들은 각자가 이미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해왔고 또 지금도 그들은 그러고 있기 때문이다. 그 후 윌슨과 그의 정신을 이어받은 프랭클린 루즈벨트(Franklin Roosevelt)의 국제적 자유주의가 두 번째 기조가 되어 제2차 세계대전 후 줄곧 미국정책을 지배하는 두 번째 기조가 되었다. 그리고 1969년 제37대 대통령 리처드 닉슨(Richard Nixon)이 20세기 초 잠시 등장했던 제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즈벨트(Theodore Roosevelt)의 소위 외교정책의 현실주의를 부활시켜 새로운 세 번째 기조를 세웠다.

그후 잠시 제39대 대통령 지미 카터(Jimmy Carter)의 도덕주의가 등장했지만 그것은 곧 제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대통령의 신보수주의(Neo-Conservatism)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네 번째 미국외교정책의 기조를 이루었다. 이런 신보수주의는 제43대 대통령 조지 부시(George, W. Bush) 때까지 계속되었다. 그리고 또 다시 제 44대 버락 오바마(Barack H. Obama)대통령에 의한 평화주의 신드롬을 잠시 보이다가 그것은 곧 제45대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의 신(新)고립주의 강력한 바람에 의해 휩쓸려가 버렸다. 그리고 제46대 대통령 조 바이든(Joe Biden)대통령의 취약한 국제주의를 잠시 거처 다시 보다 강력한 형태로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의 기조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세기말에 냉전이 종식되고 21세기의 상대적 평화의 시대가 계속되자 미국의 긴 냉전시대에 미국이 오랫동안 짊어졌던 무겁고 일방적인 국제주의적 짐을 내려놓고 싶어했다. 이런 미국의 국내적 분위기를 간파한 도널드 트럼프가 그의 첫 재임기간에 '미국 먼저(America First)'라는 정치적 슬로건을 공식적으로 채택하고 또 추진했다. 그러나 일종의 '트럼프 독트린(Trump Doctrine)'이라고 불러도 좋을 그의 미국우선 정책은 그의 첫 임기동안에는 트럼프의 요란한 슬로건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 특히 유럽 동맹국들의 냉소적 반응으로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즉 트럼프는 국제적으로 소동을 일으켰지만 실제로 그의 대외정책에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본지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은 성공할 수 있을까?" 2020년 1월 14일자 필자 칼럼 참조). 그러므로 트럼프는 자신의 제2기 임기동안에는 그것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 매진할 것이다.

그렇다면 제2기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에 거의 안보 무임승차를 해온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들에게 노골적인 부담과 책임을 요구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선 유럽의 NATO 회원국들에게 각국의 국력에 걸 맞는 안보의 부담과 책임을 전가하려할 것이다. 더 이상 유럽의 안보를 미국이 혼자서 책임질 수 없다는 입장에 설 것이다. NATO의 회원국들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트럼프는 미국의 NATO 탈퇴마저 고려할 것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이 지역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에 합당한 부담과 책임을 요구할 것이다. 1969년에 발표된 닉슨 독트린(Nixon Doctrine)이 구체적으로 실현되길 트럼프는 원할 것이다. 일본은 아베 정권이후 일본이 보다 큰 역할과 책임을 담당할 준비를 해왔다. 문제는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은 동북아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나 그것에 대해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동맹을 내세워 미국과의 동맹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이제는 미국과 동일한 가치를 추구하는 가치동맹이 아니라 대한민국은 미국에게 실제로 가치가 있는 동맹국이 될 것을 트럼프는 요구할 것이다.

트럼프는 정치 기업가가 아니다. 그는 기업가 정치인이다. 그에게는 경제적 합리성과 이익이 무엇보다도 우선한다. 이런 트럼프의 정책에 미국인들은 웃고 미국인을 제외한 세계인들은 울상이 될 것이다. 1990년에 갑자기 냉전이 종식된 뒤 미국인들은 냉전을 치르는 동안 일방적으로 미국의 자산을 지나치게 낭비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군사전략적으로 말해서 미국의 군사력은 대소 봉쇄정책을 위해 무리하게 과잉 확장되었던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들은 사실상 냉전기간에 안보 무임승차를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리하여 이제 오랫동안의 무임승차의 관행을 중단하고 모든 동맹국들이 국력에 어울리는 부담과 책임을 지게 할 필요성이 드러난 것이다. 만일 합당한 책임을 거부하는 동맹국가가 있다면 미국은 이제 그 국가와 동맹관계를 청산해도 좋다는 입장이 설득력을 얻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은 미국에게 동맹국으로서 군사적으로는 물론이고 특히 경제적으로도 가치가 있다는 것을 부각시켜야 한다. 다시 말해, 대한민국은 군사적 및 경제적으로 미국의 정책에 직접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못마땅하여 만일 한미동맹을 포기한다면 우리는 내일 당장 '전 국민 동원체제'로 전환하여 안보국가(security state)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분명히 경제적으로 선진국이지만 아직은 상대적으로 주변국가와 같은 수준의 군사적 강대국이 결코 아니다. 우리에겐 여전히 최강의 동맹국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오늘날 미국보다 더 좋은 동맹국이 과연 있을 수 있겠는가?

미국은 최소의 비용으로 편안했던 19세기의 고립주의로, 즉 미국의 요새화, 보다 자세히 말한다면 미(美) 대륙의 요새화로 회귀하고 싶어한다. 20세기 초 미국은 아주 만족한 국가였다. 미국의 전통적인 자유의 평등이라는 국가적 목적은 여전히 강력하게 작동했으며 20세기 두 번째 대통령인 시어도어 루즈벨트(Theodore Roosevelt)는 국제적으로 미국을 서반구의 보안관으로 자처했으며 국내적으로는 경제적 성장이 절정을 이루었다. 그러나 21세기에 미국은 온통 불만스럽다. 그렇지만 트럼프가 추구하는 미국의 고립주의 정책, 즉 미국의 요새화는 미국에겐 중대한 정책적 실수가 될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에 환멸을 느낀 미국인들이 고립주의로 돌아선 결과는 미국인들이 인정하듯 제2차 세계대전이었다. 미국이 국제문제에서 탈피한다고 해서 세상이 더 안정되고 평화로운 것은 아닐 것이다. 미국은 국제문제를 피할 수 없다. 오늘날 미국의 외교정책은 인류 모두의 운명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고립주의는 천하대란을 유발하고 방임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은 멀지 않아 서부영화 '돌아온 서부의 사나이'처럼 다시 국제주의로 돌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강성학 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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