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 간 간접흡연 등 피해 줄이기 목적
단속 어려워 계도 조치…예산 감액도 원인
|
금연 아파트는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아파트의 거주 세대 중 2분의 1 이상이 동의하면 아파트 공용 구역을 금역구역으로 지정하는 제도로, 입주민들 간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고자 2016년 도입됐다.
A 아파트는 금연 아파트로 지정됐음에도 아파트 곳곳에서 담배꽁초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아파트 쉼터 화단은 물론 아파트와 산책로를 연결하는 도로에 담배 꽁초가 가득했다.
주민 최한나씨(37·여)는 "임신 중이라 아무래도 흡연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이고 간접흡연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며 "금연 아파트라고 해서 이사 올 때 안심했는데 흡연하는 사람이 많고 단속하는 걸 본 적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주민 김상희씨(25·여)도 "단지에서 흡연하는 사람을 마주치면 나 몰라라 하는 태도가 대부분이다"며 "괘씸해서 '피우지 말아달라' 말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같은 주민이라 계속 마주쳐야 하고 혹시나 보복당할까 무서워 피하고 만다"고 하소연했다.
같은 날 서울 영등포구 소재 B 아파트의 상황 역시 다르지 않았다. 취재진이 총 7개 동으로 이뤄진 아파트 단지를 1시간 동안 살펴본 결과, 놀이터를 포함해 분리수거장, 화단, 배수구 등에서 30여 개의 담배꽁초를 발견할 수 있었다. 또 아파트 주민들이 서슴 없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정부가 입주민 간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기 위해 2016년 도입한 '금연 아파트'가 당초 취지와 다르게 무니만 금연 아파트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연 아파트 내 흡연 시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게 돼 있음에도 행정 당국은 현장 단속의 어려움을 이유로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서울 시내 지정된 금연 아파트는 총 605개소다. 2016년 3개소로 시작했던 것과 비교하면 8년 만에 약 200배 증가한 셈이다.
금연 아파트는 해마다 그 수가 늘어나고 있지만, 사실상 아파트 내 흡연을 규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주민 신고 또는 CCTV에 흡연하는 모습이 찍혀도 단속 요원이 현장을 적발해야 하기 때문에 과태료 처벌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서울시에선 금연 아파트와 관련한 단속 현황이 없는 데다 단속이 아닌 계도 조치로 상황을 정리하고 있다.
동작구 관계자는 "금연 단속은 수시로 순찰을 통해 이뤄지고 있지만 구내 금연구역이 워낙 많다 보니 공동주택에만 집중하기엔 인원 부족 등 한계가 있다"며 "신고를 받고 나가도 이미 상황이 종료된 상태가 대다수라 제대로 단속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들의 신고로 현장에 출동해 단속해도 이미 상황이 종료되면 과태료를 물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인적 사항 확인이 필수라 현장 단속을 통해서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데 지자체에 지정된 금연 구역은 너무나 많고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처럼 금연 아파트에 대한 허점이 드러나면서 보다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지만, 예산 감액 등으로 이마저도 쉽지 않다.
김혜경 서울금연지원센터장은 "지자체의 금연사업 예산이 지속적으로 감액되는 추세라 금연 아파트 단속이 활발하게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단순 과태료 부과 외 강력한 처벌과 입주민 내 금연추진위원회 운영 등 적극적인 금연 환경 조성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이어 "지자체에서 흡연자를 대상으로 금연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금연을 유도하기 위한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