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위법성 두고 '갑론을박'
"공익성 여부 따라 위법성 판단"
"明녹취 몰래 녹음했다면 불법"
|
11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8일까지 4차례에 걸쳐 이른바 '명태균 녹취록'을 공개했다. 처음 공개된 것은 지난 202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관련해 당시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을 공천에 추천해 줬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이달 5일 명씨가 "함성득 교수가 나를 미륵보살이라 불렀다"는 내용 △6일 명씨가 "윤상현 의원을 내가 복당시켰다"고 발언한 내용 △8일 명씨가 "용산으로 대통령실 이전이 자신의 제안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 내용 등과 관련한 녹취록이 민주당을 통해 공개됐다.
이 같은 녹취록 공개 행위에 대한 위법성 논란도 덩달아 일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에선 지난달 3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연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를 상대로 통신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검찰에 고발장을 내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언쟁이 팽팽하게 오가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의 발언이 담긴 녹취록이 주요 화두인데, 당사자 간의 대화 녹취를 '제3자'가 다시 녹음해 '제3자'인 민주당이 공개했기 때문이다. 해당 녹취는 명씨가 윤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녹음한 뒤 김 전 의원의 운전기사 A씨 앞에서 틀었는데, 이때 A씨가 녹음한 파일을 민주당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장을 지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5일 "A씨가 녹음한 것으로 통신비밀보호법 3조 1항에 저촉된다"고 주장했다. 해당 조항은 형사소송법 등에서 규정한 경우 외에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는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즉 대화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대화를 녹음하는 행위(A씨)와, 이를 공개하는 것(박 원내대표) 모두 위법하다는 취지다.
반면 부장판사와 법제처장을 역임한 김형연 조국혁신당 법률특보는 "통신비밀보호법이 금지하는 녹음은 '타인간의 공개되지 않은 대화'"라며 "대화자인 명씨가 녹음한 대화를 제3자가 녹음하고, 이를 다른 이가 공개하는 것은 대법원 판례를 보면 불법이 아니다"라고 맞섰다.
법조계에선 결국 제공자가 당사자인지와 더불어 '공익성'이 인정되는지에 따라 불법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봤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대화자 간 녹음이 아니고 제3자의 녹음을 공개하면 위법이 될 수 있다"며 "하지만 무단이 아니라 제보를 받았다고 한다면, 공익제보로 볼 수 있는지에 따라서 위법성이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명씨-윤 대통령' 녹취에 대해선 "명씨가 직접 들려준 것을 운전기사가 녹음을 했다고 하면 불법이라고 얘기하기 좀 따져볼 부분이 있고, 이를 공개한 것도 그렇다"며 "몰래 녹음을 했다면 통신비밀보호법이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해당 녹취가 공익성이 인정된다고 해서 증거능력까지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공익제보가 인정될 경우 위법 수집 증거가 아니라고 할 여지는 있지만, 위법수집증거 여부가 공익이냐 아니냐에 따라 정확히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추후 재판이 진행된다면 검사와 피고인 측이 다르게 주장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