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후 경제 "美 홀로 강력" 평가
G7 중 생산량 비중 1980년 이후 최대
中 성장 둔화·獨 경제 위축과 '대조'
亞수출국, 美로 생산기지 이전 유력
AP통신은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 1기 시절인 2018년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연방의회 승인을 거치지 않고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했던 관례를 이른바 '트럼프 2.0' 시대에도 그대로 재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미국 의회조사국에 따르면 1962년에 제정된 무역확장법 232조는 미국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입품에 대한 관세 조정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도 이번 대선 기간 내내 이 같은 주장을 해 왔다. 캐롤라인 레빗 트럼프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 20일 취임한 후 첫 주 내에 수십 개의 행정명령을 통해 다양한 (관세 관련)공약을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세계 경제의 미국 의존도가 트럼프 집권 1기 때보다 더 높아졌다"며 내년부터 한층 더 높아질 관세 장벽을 예고했다.
미국 경제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 주요 정책 입안자들이 다른 세계 경제와 비교해 '나 홀로 강력하다'며 '예외론(exceptionalism)'을 제기할 정도로 강력해 세계 경제의 의존도가 높아진 것은 트럼프 당선인의 협상력을 높인다는 의미다.
WSJ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지난달 발표 자료를 인용해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의 성장이 둔화하고,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 경제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7개국(G7) 가운데 미국의 생산량 비중은 최소 1980년 이후 가장 크다고 전했다.
또 WSJ은 트럼프 1기 행정부가 2018년 추가 관세를 부과했을 때 세계 교역에 타격을 줘 아시아와 유럽의 대규모 수출 경제에 부담을 줬지만, 무역 파트너보다 해외 수요에 덜 의존하는 미국에는 별다른 타격을 주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최근 수년 동안 범대서양 무역이 급증하고, 중국의 유럽산 수입이 정체되면서 미국이 유럽 최대 수출시장으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그 결과 유럽의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이 미국의 유럽 시장 접근보다 훨씬 더 중요해졌고,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비대칭이 트럼프 당선인의 대(對)유럽 무역 협상에 지렛대를 제공한다고 분석한다고 WSJ은 전했다.
이는 미국이 2003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12월 중국을 제치고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이 됐고, 한국이 역대 최고 수준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과 비슷하다.
아울러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의 대중 고율 관세로 많은 제조업체들이 베트남·캄보디아로 공장을 이전해 지난 2분기 동안 동남아시아의 대미 수출이 중국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추가 고율 관세 부과에 대해 강력한 보복 관세로 대응하기보다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선택을 취할 가능성을 높인다.
일부 유럽·아시아 국가들은 관세 인하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중국 시장 진출을 강화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중국 '경제 실세'인 허리펑 중국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국무원 부총리는 최근 서방 재계 지도자들을 만나 중국이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의 외국인 직접 투자와 이들 국가와의 무역을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선제적인' 관세 인하를 검토하고 있음을 암시했다고 WSJ이 관련 의사 결정에 가까운 인사들을 인용해 전했다.
이 인사들은 중국이 겨냥하는 분야는 국가에 따라 전기 및 통신장비, 해산물 및 기타 농산물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중국 정책가에서 '일방적 개방'으로 불리는 이 전략은 오랫동안 현상 유지형 경제·외교 거래를 선호해 온 중국 지도부의 전술적 변화를 의미한다고 WSJ은 평가했다.
실제 중국은 지난 8일 한국인의 15일간 단기 방문비자를 면제하는 등 최근 수개월 동안 호주·뉴질랜드·덴마크·핀란드 등 약 20개국 여행자에 대해 비자 요건을 없앴는데, 이는 상대국이 즉각적으로 상호 조처를 할 필요가 없는 '일방적'인 조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