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대외여건 변화에 따른 긴경제·안보 점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 |
윤석열 대통령이 14∼21일 페루와 브라질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 세계 각국 정상들과 회담한다. 정부는 한·미·일, 한·일 정상회담과 한·중 정상회담을 추진 중이다. 초미의 관심사는 윤 대통령이 귀국길에 미국에 들러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과 만날지인데 대통령실은 "트럼프 당선인 측과 긴밀하게 소통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트럼프와 회동이 성사된다면 한·미 관계에 새로운 이정표가 마련될 전망이다.
이번 회의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은 기정사실이다. 한·미·일 정상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기 전에 회담하기로 약속했다. 윤 대통령과 미국 바이든 대통령, 일본 기시다 후미오 전임 총리는 아태지역 평화와 안전을 위해 긴밀하게 협력해 왔다. 한·일 정상회담도 관심을 끄는데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신임이다. 윤 대통령과는 두 번째 만남이 된다. 이시바 총리는 지한파로 윤 대통령과 소통이 원활할 것이다. 한·일은 북핵 위협에 직면했는데 안보와 경제 협력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과 중국 정상이 회담을 할지도 관심을 끈다. 대통령실은 한·중 정상회담도 성사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성사된다면 양국 간의 서먹한 관계가 개선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정부가 지난 8일부터 한국인의 무비자 입국을 전격 허용했는데 관계 개선을 바라는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에게 한국은 과거처럼 무시할 수 없는 존재라는 얘기다. 믿었던 북한이 러시아 쪽으로 달라붙고, 미국의 경제 제재와 군사적 압박이 계속되면서 한국과 잘 지낼 필요성을 느꼈다고 봐야 한다.
윤 대통령의 최대 관심은 트럼프와 회동이다. 계속되는 북한의 핵 위협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미국의 새 정부 출범은 한반도 안보에 중대 변수다. 이때 미국으로 날아가 트럼프를 만난다면 안보 강화에 결정적 기회가 된다. 트럼프의 외교 안보 정책이 한반도와 아시아태평양의 평화와 직결되는데 다행히 외교 안보의 두 축인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과 국무장관이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했던 대북 강경파다. 미 외교 안보 라인이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하는데 윤 대통령도 같은 기조다.
APEC와 G20은 한국이 국력에 걸맞게 외교의 지평을 남미까지 확장한다는 의미도 크다. 윤 대통령은 북·러 군사협력을 강하게 비판하고 이에 대응한 국제 연대를 강조할 예정인데 두 회의가 한·미, 한·일, 한·미·일, 한·중 관계를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다만 이런 의미 있는 국제행사에 윤 대통령이 국내 문제를 이유로 부인 김건희 여사와 동행하지 않은 것은 무척 아쉽다. 국제회의는 만찬, 교민과의 만남 등 부부 동반 행사 일정이 많은데 대통령 혼자 소화하기는 버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