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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은 13일(현지시간) 유럽 각지에서 모인 농민 200여명이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EU집행위원회 본부 앞으로 트랙터 30대를 몰고 EU-메르코수르 FTA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프랑스의 농민들도 오는 18일부터 대대적인 시위대를 조직해 브뤼셀 트랙터 시위에 합류할 예정이다.
이번 시위는 EU가 올해 안에 메르코수르와 FTA를 체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데 따른 것이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 볼리비아로 구성된 남미경제공동체인 메르코수르는 EU와 20년에 걸친 FTA 협상 끝에 2019년 원론적인 합의가 이뤄졌으나 EU가 환경보호 의무 등 새로운 조건 추가를 요구하면서 교착됐다.
이런 상황에서 메르코수르의 핵심 국가인 브라질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을 맡고 있는 올 연말까지 EU와의 FTA 타결을 목표로 협상을 주도해왔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오는 18일 브라질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유럽만 준비되면' 협정에 서명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나타낸 바 있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이자 제조업 강국인 독일을 포함한 협정 지지 국가들은 2억명이 넘는 거대한 소비 시장을 가진 메르코수르와 FTA 협정을 체결할 경우 EU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 수출이 증가할 것이란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반면 독일과 국경을 마주한 이웃국가 프랑스는 EU 내 1위 농업국가답게 협정에 가장 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프랑스 상·하원과 유럽의회 의원 622명은 전날 일간 르몽드를 통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앞으로 "프랑스가 제시한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FTA에 반대하는 공개서한을 냈다.
앞서 프랑스는 EU로 수입되는 상품이 아마존 열대우림 등 생태계 파괴를 악화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하고 파리기후변화협정, EU의 위생·환경 기준을 메르코수르 국가도 동일하게 지키도록 하는 거울 조항(mirror clauses)을 도입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미셸 바르니에 프랑스 총리도 이날 브뤼셀에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회담하며 메르코수르와의 FTA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바르니에 총리는 회담 후 기자들에게 "나는 (집행위원장에게) 프랑스는 현재 조건으로는 이 협정을 받아들일 수 없고,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