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집값·고용 불안 큰 영향
과감한 정책으로 출산율 높여야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지난 2015년 1.24명에서 점차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2018년부터는 0.98명으로 1명이 채 되지 않았다. 이후 계속 하락한 결과 지난해는 0.72명까지 떨어졌다. 그간 코로나 탓도 있겠지만, 결혼 적령기의 청년들이 치솟는 주택 가격과 고용 불안 등으로 아이를 낳고 살 만한 환경을 만드는 데 있어서 긍정적 시그널을 받지 못한 것이 저조한 출산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김영미 동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는 "예산 목표치를 설정해 OECD 평균보다 낮은 우리나라 가족 복지 지출을 최소 5년 이내 평균만큼은 되도록 복구해야 한다"며 "전 세계적으로 출산율이 가장 낮은데 가족 지출까지 꼴찌인 것이다. 다른 구조 요인 차치하더라도 최소한 해야할 것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국은 가족에 대한 공공지출이 국내총생산의 1.6% 수준으로, OECD 전체 평균인 2.1%에 크게 못 미친다.
가족 복지를 위한 예산 투입 우선순위로는 '일·가정 양립' 제도가 꼽힌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도 지난 6월부터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를 3대 핵심 지원 분야로 꼽아놓고 이와 관련한 저출생 대안에 집중하고 있다. 정부 주도 하에 변화된 정책 분위기를 형성한 것이 출산율 전망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25일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올해 합계출산율은 작년 실적치인 0.72명보다 높은 0.74명 내외로 전망돼 9년 만에 출산율 반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앞서 국회 예산정책처도 저고위와 같은 수치를 전망하며 "2028년까지 출산율이 완만히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지금까지는 저출생 대책 기반을 마련한 정도이기 때문에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만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합계출산율 1.0명 수준으로 올려놓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급진적 속도로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정책 추진 속도가 느려 정책이 있어도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은 것"이라며 "단기간에라도 효과가 나타나도록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려면 정책 결정권자의 인식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책 결정자들이 저출생 대책 방향에 확신을 가져야 더 과감하게 예산을 투입할 수 있다"며 "'안 그래도 돈 없는데 더 늘리는 건 안 된다'는 방향으로만 가지 않아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