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르포]“우리도 아이들 빵 먹이는 거 마음 아파요”…급식·돌봄노동자 6일 총파업 선포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photo.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203010001661

글자크기

닫기

박지숙 기자 | 강다현 기자

승인 : 2024. 12. 03. 16:52

서울시교육청에서 천막농성 17일째
비정규직 차별 및 임금 격차 해소 등 호소하며 6일 총파업
교육당국, 교육활동 공백 최소화 가정통신문 등 배포
"전국시도교육감-노조 간 성실한 교섭 노력"
천막농성
3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와 전국여성노동조합(전국여성노조) 등을 포함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연대회의)가 서울시교육청 정문 안쪽에서 비정규직 차별해소, 임금 격차 해소 등을 호소하며 천막농성을 17일째 벌이고 있다./강다현 기자
"파업으로 빵과 우유로 급식이 대체되는 게 안타깝고 마음 아파요."

영하 8도까지 떨어지며 급격히 추워진 3일 아침, 학교급식노동자 정이수(50대)씨와 돌봄전담사 40대 A씨·50대 B씨는 자신들의 일터인 학교가 아닌 서울시교육청에서 천막농성을 17일째 벌이고 있었다. 추운 날씨와 찬바람에 두개의 천막과 세워둔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지만 이들의 강한 기세는 꺾지 못하는 듯했다.

이들은 학생들의 성장과 정서를 위한 필수 업무인 '급식과 돌봄'을 담당하고 있지만,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임금 격차 등을 겪고 있다. 교육당국과 9차례나 협상에 나섰지만,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자 결국 시교육청 정문 바로 안쪽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었다. 특히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와 전국여성노동조합(전국여성노조) 등을 포함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연대회의)는 비정규직 차별해소, 임금 격차 해소 등을 호소하며 오는 6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천막농성장에서 만난 정씨는 지난 2년간 서울 백석중학교 급식노동자로 일하며 열악한 급식실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나왔다. 그는 전국여성노조 서울지부장이기도 하다.
정 지부장은 "급식 노동자 1명 당 180명의 학생을 맡고, 6~7명이서 요리하고 배식하는 일을 했지만 인력보충 요구에도 학교 측은 받아주지 않았다"며 "아프거나 집안일로 쉬어야 하는 상황에도 1명만 빠져도 업무가 과중돼 제대로 쉬지도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이 '너무 맛있어요', '채소 먹을 테니 고기 많이 주세요' 등 이야기 나누면 큰 보람을 느낀다"며 "파업으로 인해 학생들에게 빵과 우유로 급식이 대체되는 점이 너무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급식노동자들은 노후된 장비와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화상과 폐암 등 질병에 노출돼 있다. 실제 올해 상반기에 입사한 조리실무사 중 6개월 이내 퇴사자의 비율은 22.8%다. 급식실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본급, 방학 중 무임금으로 인한 생계 문제, 고강도 노동과 폐암 산재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는 "일하는 사람이 건강하고 행복해야 학생들에게 건강하고 행복한 밥을 제공하지 않겠나"라며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한 작은 장치부터 개선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시간제 돌봄전담사인 A씨와 B씨는 오전에는 천막농성장으로 오후에는 일터인 학교로 돌아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A씨는 "돌봄전담사는 전일제와 4시간, 6시간 근무하는 시간제로 나뉘지만 학생을 돌보거나 행정 업무 처리 등은 같다"며 "하지만 시간제 돌봄전담사에게 업무를 떠 넘기거나 알바(아르바이트)라고 생각하는 등 차별적 태도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B씨는 "교육부에서 늘봄학교를 내세우며 돌봄 학생 정원 25명을 맞추라고만 하는데, 여러 학년들이 섞이면 고학년-저학년 간 괴롭힘도 발생해 필요한 돌봄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총파업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와 전국여성노동조합(전국여성노조) 등을 포함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연대회의)가 3일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 차별해소, 임금 격차 해소 등을 호소하며 6일 총파업을 선언했다./강다현 기자
연대회의는 6일 총파업에 전국 17만명의 학교 비정규직 중 10만명 가량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은 1차 파업으로 이후 교섭 재개 여부와 사측인 교육당국의 태도에 따라 2차 파업도 검토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파업 당일 많은 초·중·고등학교의 급식이 빵이나 우유로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학부모들은 파업의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생 자녀를 둔 서울의 한 학부모는 "학교급식과 돌봄은 아이들 교육과 성장에 꼭 필요한 분야인데, 파업이 계속 될까 걱정"이라며 "학부모 입장에선 교육당국과의 협상이 잘 되는 게 최상인데, 양측이 모두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논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초5 학년생을 둔 학부모도 "하루 이틀 정도의 파업은 큰 지장이 없겠지만, 장기화될까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급식·돌봄노동자들의 파업으로 각 시도교육청은 교육활동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파업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은 집단임금교섭이 원만히 타결될 수 있도록 성실히 교섭에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유치원 및 초등 돌봄, 특수교육 등의 분야에 대해 학교 내 교직원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했다. 급식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식단 간소화, 도시락 지참, 빵이나 우유 등 급식대용품을 제공하고 학교별로도 자체적으로 파업대책 추진 계획을 세우고, 학부모에게 가정통신문을 통해 파업관련 내용과 협조사항을 충분히 알리도록 했다.

시교육청은 "상당한 예산이 수반되는 사안으로 현재 노사 간 현격한 의견 차이가 있으나 전국 시·도교육감-노동조합 간 집단(임금)교섭을 통해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지숙 기자
강다현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