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블랙 코미디라는 평가가 주류
주한 대사관은 자국민 행동 지침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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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매체들이 계엄 선포 소식을 주요 기사로 도배한 현실을 보면 상황은 잘 알 수 있다. 우선 중국 내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SNS 중 하나인 웨이보(微博)에 올라온 글을 대표적으로 꼽아야 할 것 같다. '대한민국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라는 기사가 계엄령이 발동된 지 고작 1시간 만인 오후 11시(현지 시간) 검색 순위 1위에 올랐다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다.
관영 매체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관영 신화(新華)통신의 경우 4일 비상계엄이 "급조된 친위 쿠데타와 비슷했다"면서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유를 에둘러 분석했다. 또 베이징칭녠바오(北京靑年報) 등도 이날 "한국에 '서울의 겨울'이 짧게나마 왔다"면서 1979년 발발한 12·12 사태를 그린 영화 '서울의 봄'에 빗대 이번 사건을 보도했다.
특이한 것은 이 매체들 상당수가 밤늦은 시간이었음에도 한국 주재 특파원 발로 기사를 작성해 올렸다는 사실이었다. 그만큼 이번 사건에 대한 중국의 관심이 뜨거웠다는 얘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에서 6년 동안의 유학 경험이 있는 베이징의 관광 분야 사업가 원웨이린(文薇琳) 씨가 "밤늦게 터진 사건이나 중국인들의 반응이 엄청났다. 아마 당분간 이 정도 반향의 중량감 있는 한국 뉴스는 앞으로 없지 않을까 싶다"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한 것은 역시 괜한 게 아니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사건을 바라보는 중국인들의 평균적인 시각은 긍정적인 것과는 거리가 상당히 멀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상당수 SNS와 매체들이 이번 사건을 뜬금 없는 해프닝으로 평가절하한 사실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한국 역사상 최대의 정치적 코미디'라고 혹평하기까지 했다. 한국인들이 낯부끄러워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정도의 자괴감에 빠졌다는 말이 재중 교민 사회에 나도는 것은 다 까닭이 있지 않나 싶다.
재중 한국인들이 이처럼 난감한 처지에 내몰린 것과는 달리 한국 내 중국인들은 뿌듯함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주한 중국 대사관이 계엄이 선포되기 무섭게 자국민 안전 대책을 위한 '행동 지침'을 시의적절하게 발표, 일사분란한 움직임을 유도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더구나 대사관은 4일 오전까지 "현재 한국의 사회 질서는 정상이다. 주한 중국인들은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현지 상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당부의 말로 끝까지 자국민의 안전에 초미의 관심을 기울이는 행보를 보였다. 중국이 황당하다고 해도 좋을 한국의 계엄 선포 행보와는 완전히 대비되는 G2의 국격을 보여줬다고 해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