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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말씀에 의하면 예전에 어저귀 껍질로 소 입을 가리는 부리망과, 소 줄인 고삐를 만들었다고 한다. 어저귀는 줄기에 섬유질이 많아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밧줄이나 자루를 만들기 위해 재배하는 곳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서민들의 일상용품 재료로 널리 사랑받았던 어저귀도 나일론이라는 신소재에 밀려 이제는 아무도 돌보지 않는 잡초 신세가 되었다. 할머니의 말씀대로 어저귀는 앙징맞은 노란꽃과 싱그러운 초록의 잎사귀가 너무 예뻤다.
독특한 모양새의 튼실한 씨앗 주머니는 강인한 생명력을 상징하는 듯 했다. 그런데 이제는 쓰임새 없이 버려져 밭두렁 한 귀퉁이에 초라하게 서 있는 모습이라니 ..... 흡사 시집갔다 소박맞고 돌아온 누이의 처연한 모습과도 같았다. 귀하게 대접받다 무명의 잡초가 되어버린 저 어저귀를 어찌할꼬, 아직 어여쁘나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어버린 저 어린 누이를 어찌할꼬 ....
가을걷이 밭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릴 어저귀를 화분에 고이 담았다. 소박맞은 누이를 보듬어 안는 오래비 마음이 이러할까? 이 어저귀를 잘 보살펴 내년에 '잡초농원'에서 널리 널리 번성시키리라. 해가 뉘엿뉘엿 지는 저녁, 어저귀 화분을 안고 귀가하는 발걸음이 바쁘기만 하다.
/만화가·前 중앙선관위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