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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브릭스를 향한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협박이 브릭스에 가입하려는 동남아 국가들에 대한 잠재적 위험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은 지난달 30일 브릭스 국가들이 "새로운 브릭스 통화를 만들거나 다른 통화로 (기축통화로서의) 달러를 대체하지 않을 것이란 약속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다면 100% 관세에 직면하고 아름다운 미국 경제에 물건을 파는 것에 작별을 고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는 지난 10월에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이 달러를 '정치적 무기'로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달러를 대체할 수 있는 국제 지불 시스템을 옹호한 이후 나온 반응이다.
이 정상회의에선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베트남·태국 등 동남아 4개국이 브릭스의 파트너 국가 지위를 얻었다. 이는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무역 기회를 확대하고 선택권을 다각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정치 리스크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동남아담당 피터 멈포드는 브릭스에 가입하는 것이 동남아 국가들에겐 '도전'이라고 분석했다. 동남아 국가들은 미국·유럽·일본의 투자에 의존하면서도 중국과 긴밀한 경제적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하지만 "미국·유럽·일본의 관점에서 브리긋 가입은 지정학적 중립성에서 벗어나는 변화로 투자 대상지로서 덜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동남아 국가들이 브릭스 가입이 잠재적인 경제적 이점을 가져다 줄 것이라 믿지만 그것이 중국이나 다른 회원국들의 투자 증가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지정학적 헤징(Hedging·상쇄) 외에 브릭스의 파트너가 되는 것이 실제로 어떤 직접적인 이점을 가져다 주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짚었다. 그는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태국과는 달리 정회원 자격을 추구하지 않는 베트남의 헷징 전략이 이상적이라고 덧붙였다.
인도의 스리 구루 고빈드 싱 대학의 파비타르비르 사구 교수는 트럼프 당선인의 이 경고가 동남아 국가들이 "브릭스 가입 여부를 미국과의 경제적 상호의존성과 신중하게 비교·검토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그는 미국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브릭스의 노력이 장기적으론 이익을 창출할 수 있지만 "회원국들을 전세계 무역과 금융에서 여전히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과 갈등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동남아가 미국 달러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남아 국가들이 브릭스에 정식으로 가입하는 것은 곧 미국의 징벌적 조치나 시장 제한 접근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도 짚었다.
그는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브릭스 국가들과 협력하는 것은 경제적 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균형 잡힌 접근 방식이 될 수 있다"며 동남아 국가들이 브릭스의 파트너로 남는 것이 더 현명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브릭스는 2006년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이 창설했다. 2011년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합류했고 올해는 이집트·이란·아랍에미리트(UAE)·에티오피아가 새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브릭스 회원국들의 경제 규모는 총 28조 5000억 달러(3경9786조원)으로 이는 세계 경제 규모의 28%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