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10년만 상무 승진… 경영 총괄
지주회사 전환 안정 후 승계 본격화
지분율 0%… 3조 넘는 증여세 과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장남 신중하 팀장이 상무로 승진했다. 교보그룹 계열사에 입사한 지 10년 만이다. 이번 승진으로 신 상무는 그동안 담당해 온 디지털 전략에 더해 그룹경영전략까지 총괄한다. 그룹의 경영 방향성을 결정하는 핵심 역할까지 수행하게 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신 상무의 임원 승진은 경영권 승계 기반 구축을 위한 것이란 해석이다. 그동안 신 회장은 자녀도 경영 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경영권을 승계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해 왔다. 하지만 1953년생인 신 회장이 올해 만 71세의 고령인 만큼 시기를 더 늦추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구체적인 성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디지털, 경영전략 부문을 맡게된 건 아쉽다는 평가다. 영업 등 정량적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곳에서 경영능력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신 회장은 지주사 전환을 통해 경영권 승계 작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무적투자자(FI)와의 분쟁이 이르면 연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금융지주사 전환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현재 신 상무의 교보생명 지분율은 '0%'다. 지분 확보를 통해 지배력을 키워야 하지만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증여세 부담이 발목을 잡고 있다. 신 회장은 지주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면서 신 상무 등 자녀들에 지분 증여 방안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중하 교보생명 상무는 이번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AI활용·VOC(고객의소리)데이터담당 겸 그룹경영전략담당 상무로 승진했다. 업계에서는 교보생명이 경영권 승계 신호탄을 쏜 것으로 평가했다.
신창재 회장의 장남인 신 상무는 1981년생으로 올해 만 43세다. 주요 그룹 1980년대생 오너 3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속도는 더딘 모습이다. 실제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1985년생)과 정경선 현대해상 전무(1986년생) 등은 일찍부터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는 경영능력을 중요시하는 신 회장의 인사원칙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다른 곳과 비교해 속도는 늦지만, 신 상무가 임원으로 올라선 것은 경영능력을 입증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신 상무는 외국계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 서울지점에서 2년 동안 근무했다. 2015년 교보생명 자회사인 KCA손해사정에 입사하며 보험업 관련 경험을 쌓았으며 이후 컬럼비아대학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마쳤다.
2021년 교보정보통신(현 교보DTS)으로 자리를 옮긴 신 상무는 디지털혁신(DX)신사업팀장으로 근무했다. 2022년 5월 교보생명 차장으로 입사한 이후 그룹디지털전환(DT)지원담당, 그룹데이터전략팀장을 맡으면서 그룹 내 DT 가속화를 지원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지난 4월 그룹경영전략담당 겸 그룹데이터TF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이번 승진으로 AI활용/VOC데이터담당 겸 그룹경영전략담당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신 상무가 임원으로서 경영능력을 입증하며 영향력을 키우는 동안 신 회장은 그동안 구상해 온 지주사 전환 작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보생명과 FI 어피니티 컨소시엄 간의 분옵션 분쟁 관련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의 2차 중재 결과가 연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갈등이 마무리되면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내부에서는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한 이후에야 지분 증여에 대한 방안을 고심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신 회장은 교보생명 지분 33.78%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신 상무 등 자녀들은 교보생명을 포함해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신 회장이 지분을 넘겨주거나, 자녀들이 직접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지배력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이번 신 상무 승진은 일반 임직원과 동일한 인사원칙이 적용됐다"며 "본격적인 경영승계 포석이라기보다 신창재 의장의 인사원칙에 따라 착실하게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과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