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기자의눈] 규제를 통해 넘어뜨리느냐, 제도를 통해 육성하느냐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photo.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216010009105

글자크기

닫기

장지영 기자

승인 : 2024. 12. 16. 17:06

clip20241216143530
상조업계의 회계지표는 특수하다. 하지만 이 같은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대부분의 상조회사들이 자본잠식에 빠져 있다고, 위기감을 조성하는 시각은 소비자에게 불안을 제공한다. 사진은 장례식장에서 국화를 놓고 있는 모습./게티이미지뱅크
clip20241216143637
최근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로 인해 자금 유용 가능성이 있는 업계에 대한 비판과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상조업계가 대표적이다.

일각에서는 상조를 '그림자금융'으로 보기도 한다. 이 같은 시각은 선수금의 50%는 은행이나 조합에 예치하고, 잔여 50% 부분을 감독기관의 규제 없이 운용한다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졌기 때문이다.

심각하게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업계의 회계지표 특성을 거론하지 않고 대부분의 상조회사들이 자본잠식에 빠져 있다고, 위기감을 조성하는 시각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영업활동을 통한 선수금의 증가는 오히려 '부채가 늘어나 경영위기에 빠진 것'으로 보기도 한다. 일부 소수의 폐업 사례를 업계 전체 리스크로 확대 해석하는 것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선수금이란 상조업계가 고객으로부터 장례 등 행사 전까지 수령한 부금납입액을 뜻하는 것으로, 업계 규모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선수금은 고객으로부터 미리 받은 것으로 부채로 인식하게 되며, 미래에 행사로 전환되면서 매출로 계상된다. 당연히 현재 시점에서는 자본잠식의 가능성으로 받아질 수도, 재무건전성에 대한 의혹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앞선 사례처럼 선수금에 대한 해석을 달리할 경우 산업 전체를 흔들 수도 있다. 소비자로서는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상조업계는 오래전부터 고객 보호를 위해 50% 선수금 보전제도, 피해구제 서비스, 자본금 상향 등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더욱이 공정거래위원회라는 감독기관도 있다. 실제 현재의 상조 제도의 대부분은 공정위의 관리·감독을 통해 마련된 것이다. 그럼에도 관리·감독이 안된다는 논리까지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상조업계에도 책임은 있다. 2011년에만 해도 상조업계는 무려 300여 개에 달했다. 무부분별한 업체들이 난립되면서 업계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계속 나오기 시작했고, 정리되기도 했다.

다행히 현재는 4분의 1 수준인 70여 개로 줄었다. 특히 자본금 상향(3억->15억)을 통해 부실하거나 재무상황이 여의치 않는 기업들은 모두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조업계는 보험업종 대비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소비자가 지불한 선수금을 은행 예적금·부동산 투자 등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려나가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상조회사들은 은행의 지급준비율, 보험사의 유사시 지급여력비율 등과 같은 개념 등도 도입해 놓은 상태다. 법적으로 은행이나 조합에 선수금의 50%를 예치하게 해 최악의 상황은 막겠다는 의미다.

이처럼 제도를 통한 규제가 마련돼 있지만, 그럼에도 추가적인 규제를 논하는 것은 그들 입장에선 불합리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정부부처에서는 높은 성장세에 따른 산업육성 차원의 제도 마련이나 불필요한 규제의 개선 등 상조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진흥법 법안 발의를 준비있다고 한다.

어쩌면 추가 규제를 바라는 정치권 일각과 상조업계는 전혀 다른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2024년 12월 현재 우리에게 중요한건 내수다. 불안정한 정치 환경에 경제의 모든 지표가 무너지고, 미국의 트럼프 2.0 시대, 고환율 등 대외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태기 때문이다. 규제가 무조건 사라져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옥상옥이 되는 규제, 기업들의 사기를 꺾는 규제는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규제가 아닌, 성숙한 제도 마련을 통한 산업의 육성이 필요한 시기다.
장지영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