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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우리금융, 동양·ABL생명 인수 승인 미뤄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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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 기자

승인 : 2025. 01. 01. 18:15

이규성 부장 캐리커쳐
법률 용어로 많이 사용되는 '정상참작(情狀參酌)'이란 말이 있다. 여기서 '정상'이란 '있는 그대로의 상태'라는 단어 뜻 자체로 해석할 수 있지만 '인정상 차마 넘길 수 없는 가련한 상태'를 뜻하기도 한다. '참작'이란 참고해 헤아리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법적 고려할 이유는 없지만 인정상 차마 그대로 넘길 수 없는 상태를 참고해 알맞게 헤아려 원래보다 형을 가볍게 한다고 요약할 수 있다. 정상참작을 굳이 법원 내로 국한시킬 필요 없이 우리 일상에선 정상참작이 받아들여지는 상황은 부지기수다.

최근 우리금융그룹은 동양·ABL생명에 대한 인수 승인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당초 금융당국의 자회사 편입승인 심사를 거쳐 지난해에 인수를 완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특혜성 부당대출건이 적발되면서 예정에 없던 금융감독원의 검사가 발목을 잡았다. 우리금융이 자회사 편입을 신청하면 금감원이 심사를 하고 금융위원회는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인가 여부를 검토·승인하는 과정이 검사로 무기한 연기된 셈이다.

우리금융은 현재까지도 심사서류 조차도 제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금감원 검사 결과, 경영실태평가가 3등급 이하로 나오면 우리금융은 동양·ABL생명을 사실상 자회사로 편입 시킬 수 없다. 아직 어떤 금융지주도 경영실태평가에서 3등급 이하로 떨어진 사례는 없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이 높게 보지는 않는다.

문제는 당국의 심사가 차일피일 미뤄져 내년 8월까지 인수 절차를 완료하지 못하면 1550억원의 계약금을 날릴 공산이 크다. 우리금융이 받을 금전적 피해와 함께 대외적 신임도 추락이라는 심각한 유·무형의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

반면 상반기 중 편입 승인이 되면, 보통주자본금의 증가와 ABL생명의 자산 재평가에 따른 평가익이 반영되면서 염가매수차익 증가가 기대된다.

동양생명의 연간 경상 이익은 약 3000억 원으로 예상된다. 인수 완료 시 방카슈랑스를 포함한 은행과의 시너지를 통해 최대 4000억 원까지 이익 기여가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험사 이익이 2000억 원, 조달 비용 및 PF 충당금으로 인해 실적 부진을 겪었던 캐피탈과 증권 부문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종합금융지주를 지향하는 우리금융지주 전체의 재무 건전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 침체로 투자 심리가 위축된 데다 고환율, 정치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올 해 우리 경제에도 적신호가 커졌다. 그만큼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는 시기다.

얼마 전 검사·감독방향에 대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엄정·무관용의 기조를 유지할 것"이며 "지금보다 더 강한 기조로 검사를 진행할 방침"이라며 엄정대응의 원칙을 고수했다.

하지만 우리금융의 과거의 과실로 인해 미래 성장 동력이 훼손 받고 더 나아가 생존가능성에 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정상참작'이란 단어를 신중하게 고려해봄직 하지 않을까. 자칫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하지 않을지 고민도 해봐야 한다. 물론 우리금융도 분골쇄신의 자세로 반복되는 금융 사고를 최소화하려는 방안들을 적극적으로 내놓는다는 전제하에서다.
이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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