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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중앙지법 기피 속사정…“중앙지법 엘리트 판사 설득 자신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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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영 기자

승인 : 2025. 01. 07. 16:05

법조계 "서부지법 우리법연구회 다수 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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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판사 쇼핑' 지적에도 관할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서울서부지법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재청구하면서 또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내란죄 수사권 논란에서 비롯된 영장 청구의 정당성 문제 등을 회피하기 위해 관할 법원을 선택적으로 기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의 '정치적 성향'이나 과거 기각 사례 등을 고려해 서부지법을 택했다는 분석도 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 청구 이전에 각 법원별 부장판사급에 대한 정치성향 및 판결동향 등을 면밀히 분석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주도하는 공수처 입장에서 체포영장 청구단계에서부터 기각될 경우 정치적 후폭풍이 큰 만큼, 체포영장 발부가 가능한 법원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서부지법을 택한 공수처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발부받는데 성공했다. 이번에도 서부지법을 택한 이유가 앞선 경험으로 분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에겐 영장 발부가 절박한 만큼 당연한 선택이었다는 분석이다. 관할 구역인 중앙지법에 영장 청구를 했을 경우 기각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질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상계엄 관련 수사에서의 영장 기각 사례를 살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현재 서울중앙지법에는 김미경(48·사법연수원 30기), 김석범(52·31기), 신영희(52·32기), 남천규(47·32기) 부장판사가 영장을 전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교대 근무 시스템으로 영장이 청구된 날 기준으로 담당 판사를 배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 공수처가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또 김미경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경우 지난해 11월 주말 서울 도심에서 열린 노동계 대규모 집회에서 경찰 폭행과 차로 점거 등 불법 행위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 민주노총 조합원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김석범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6주 임신중지' 영상을 올린 20대 여성의 수술을 진행한 병원장과 집도의에 대해 살인 등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장을, 신영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00억대 임금체불 혐의를 받는 구영배 큐텐 대표의 구속영장을 각각 기각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중앙지법은 주요 사건이 몰리다 보니 영장 발부에 대해 높은 기준을 적용한다"며 "결국 공수처가 영장이 잘 나올 것 같은 서부지법 판사들을 공략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서부지법은 진보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에 좌파성향의 판사들이 상당히 포진해 있는 법원으로 유명하다"고 부연했다.

반면 중앙지법은 법원 중 최고 권위를 갖는 법원으로, 판사들도 성적이 가장 우수한 엘리트 판사들이 가는 곳으로 유명하다. 엘리트 판사들이 즐비한 중앙지법을 상대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시도하기엔 공수처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법조인은 "이런 엘리트 판사들이 공수처가 영장을 신청했을 때 법리적인 부분을 놓칠 리가 없지 않겠느냐"면서 "(공수처가) 소신대로 판결하는 중앙지법 판사들을 설득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체포영장 판단이 중앙지법에서 이뤄졌다면 대통령 내란죄 수사권을 두고 공수처의 수사 위법성 등이 논란인 만큼 영장 기각 또는 각하 결정이 내려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공수처가 공조수사본부(공조본)를 통해 영장을 청구했어도 위법하다는 이유에서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4명의 중앙지법 판사 중 누구에게 체포영장이 걸릴지도 미지수"라며 "확률이나 위험성을 생각해 확실한 서부로 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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