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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레이건과 닉슨 사이’ 트럼프의 북미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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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승인 : 2019. 03. 06. 00:00

김지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하노이 정상회담이 어색한 상태로 마무리됐다. 대륙과의 철도 연결성을 뽐내며 중국을 거쳐 베트남으로 향했던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는 공허히 본래 자리로 되돌아갔다. 이번 회담이 노딜(no deal)로 끝남에 따라 양국 간 대화가 계속될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노딜 정상회담이 성과로 이어진 선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군비 경쟁이 한창이던 1986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은 미하일 고르바초프 구(舊) 소련 서기장과의 레이캬비크 정상회담에서 협상안이 미국의 이해와 합치하지 않는다며 회담장을 걸어나갔다. 정상회담은 실패였지만 이 회담을 기초로 미·소는 핵무기 비축분의 80%를 제거하는 합의를 이끌어냈으며, 이는 냉전 종식의 시발점이 됐다.

다만 트럼프는 레이건이 아니며, 김정은도 고르바초프가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개인적·정치적 진폭이 큰 양국 지도자의 성향은 향후 북·미 간 협상 전망을 우려스럽게 만든다.

가장 큰 변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처한 미국 내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최근 미 정계 핫이슈로 부상한 자신의 전(前)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의 의회 청문회가 “내가 회담장에서 ‘걸어나오는데’ 한몫했을 수 있다”며 회담 결렬의 책임을 민주당에 돌렸다. 트럼프로선 이런 와중에 어설프게 합의서에 서명이라도 했다간 공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북·미 정상회담으로 ‘물타기’ 하려 했다는 의혹만 받을 뿐이다. 재선가도에도 도움이 될 리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한 상황은 레이건 대통령보다는 되레 리처드 닉슨 대통령에 가깝다. 1972년 닉슨 대통령은 소련과 전략무기제한협정을 체결하고 의기양양 돌아왔다. 하지만 2주 뒤 워싱턴포스트가 ‘워터게이트’사건을 보도하면서 당근과 채찍을 동시 활용하려던 미국의 데탕트 전략마저 약화되고 말았다.

비핵화 협상이 지속 가능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북한의 ‘평화 쇼’나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용 쇼’가 아니라 모두에게 ‘좋은 거래’가 돼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숱한 회담은 공수표에 불과하다.
김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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