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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소설가 이기호가 쏘아올린 작은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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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1. 07. 29. 09:52

전혜원
전혜원 문화부 차장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대한민국예술원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 예술 창작에 현저한 공적이 있는 예술가를 우대하고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다. 오랜 역사에 비해 대중의 인지도는 낮은 이곳이 최근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소설가 이기호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예술원의 고질적 문제들을 까발린 것이다. 예술원 회원이 되면 종신 임기로 매월 수당 180만원을 받는 것, 기존 회원들의 인준만으로 이뤄지는 신입 회원 선출 방식 등이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더 나아가 그는 이들에게 지원하는 예산을 줄여 신인 후배 예술가들에 대한 지원을 늘려달라고 했다.

예술원 정원은 100명이고, 현재 회원은 88명이다. 문학 분야 김남조 신경림, 미술 윤명로 정상화, 음악 신수정 김남윤, 연극 박정자 손숙, 영화 남궁원 정지영 등이 회원이다. 그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존경받을 만한 나름의 거장들이다. 그러나 예술원은 세계적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물방울 화가’ 김창열 등을 탈락시켜 ‘마피아’ 같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시대는 변했으나 회원 선정 방식은 그대로다. 투표에서 기존 회원들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로비’를 벌이는 이들도 꽤 있다고 한다. 실력이나 세계적 명성보다도, 기존 회원들과 친분을 잘 쌓고 주변에 적이 없어야 오히려 유리하다는 말도 있다.

고인 물은 썩는다.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아 마지 않는 문화예술계 원로들 스스로가 자정과 변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외부 전문가 투입 등을 통해 회원 선발 방식을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바꾸고, 선발 분야도 시대에 맞게 더 넓혀야 할 것이다.
프랑스·미국·독일 등 해외에서는 예술원 회원들에게 따로 지급되는 정액 수당이 없고, 젊은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데 사업 방향이 맞춰져 있다고 한다. 대학교수를 겸하고 있는 상위 1%의 예술인들보다는 가난한 신진 예술가들에게 지원의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이기호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예술원 개혁의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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