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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반도 앙숙 세르비아-코소보, 이번엔 유로화 강제 사용으로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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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미리 기자

승인 : 2024. 01. 23. 15:03

코소보, 현금·디지털 결제서 유로화만 허용
디나르화 사용 세르비아계 주민 즉각 반발
KOSOVO-SERBS/TENSIONS <YONHAP NO-0380> (REUTERS)
지난해 11월 24일(현지시간) NATO 군인들이 세르비아-코보소 접경 지대를 순찰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발칸반도의 화약고로 불리는 코소보가 자국내 유로화 사용을 강제하는 규정을 도입하면서 세르비아와 갈등이 재점화하는 모양새다.

22일(현지시간) EU(유럽연합) 전문매체 유락티브에 따르면 코소보 중앙은행은 위조지폐 등 각종 금융범죄 예방을 위해 다음달 1일부터 현금 및 디지털 결제에서 유로화만 사용하도록 하는 새로운 현금 운영 규정을 시행하기로 했다.

중앙은행은 유로화 이외의 다른 통화는 실물 형태로 보관하거나 비(非) 유로화 은행 계좌에 예치할 수 있으며 외환 거래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소보는 세르비아로부터 분리 독립하기 6년 전인 2002년 유로화를 채택하고, 헌법에 단일통화를 사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세르비아계 주민이 대다수인 북부지역은 여전히 실생활에서 세르비아 통화인 디나르화를 사용한다. 코소보계 세르비아인들은 세르비아로부터 디나르화로 연금을 받고 있으며, 코소보 내 세르비아 시스템을 따르는 학교, 병원 등 기관들도 디나르화를 사용한다.

이에 세르비아계 주민들은 새로운 규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코소보 내 최대 세르비아계 정당인 세르비아 리스트는 "이번 결정은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세르비아인을 추방하려 하고 있다"면서 "세르비아 국민의 물리적 생존을 위협하는 규정"이라고 비난했다.

알렉산드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도 "코보소 정부의 디나르화 사용 금지 조치에 맞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이번 결정을 규탄했다. 부치치 대통령은 지난주 다보스 포럼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하고, 새 규정의 시행을 막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터 스타노 EU 대변인은 "우리는 코소보와 세르비아가 관계 정상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율되지 않은 행동을 피하길 바란다"면서 EU 집행위가 이번 결정을 분석하고, 코소보 정부에 해명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세르비아의 일부이던 코소보는 2008년 유엔과 미국·서유럽 등의 승인 아래 독립을 선포했으나 세르비아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여전히 코소보를 자국의 영토로 간주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발칸반도의 앙숙'인 양국은 최근 대규모 군사적 충돌로 번질 뻔한 일촉즉발의 상황을 여러 차례 맞았다.

이에 독일은 코소보와 세르비아 접경 지역의 안보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며 KFOR(코소보 주둔 나토 국제평화유지군) 병력을 증강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선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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