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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이 전하는 6·12 북미정상회담 전모, 한미 간 사전조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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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0. 06. 22. 06:38

볼턴 전 백악관 보좌관 "김정은, 싱가포르서 완전한 비핵화 약속"
"한미훈련 중단, 김정은 요청, 트럼프 수용"
"정의용 실장, 북·미 정상회담 첫 제안"
"한국의 북 비핵화 조건 이해, 미 국익 관계없어"
싱가포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자신이 한반도 비핵화에 전념해 추가적인 핵실험이 없고, 핵 프로그램은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해체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밝혔다. 사진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두 정상이 서명한 합의문을 교환하고 있는 모습. / Kevin Lim/THE STRAITS TIMES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자신이 한반도 비핵화에 전념해 추가적인 핵실험이 없고, 핵 프로그램은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해체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밝혔다.

또 김 위원장은 2018년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미연합군사훈련 문제를 제기했는데 문 대통령이 미국만이 결정할 수 있다고 했다며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훈련 축소·중단을 요청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즉석에서 수용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밝혔다.

아울러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아이디어는 김 위원장이 아니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처음 제안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전했다.

이와 함께 볼턴 전 보좌관은 북·미 정상회담이 미국의 국인과 상관 없는 한국의 창조물이고, 문 대통령이 이런 ‘나쁜 아이디어’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했고, 종전선언도 문 대통령의 아이디어라고 의심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산책
조선중앙통신이 2018년 6월 13일 보도한 장면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그 전날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오찬을 마친 후 기자단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오고 있다./사진=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볼턴 전 보좌관 “김정은, 싱가포르서 트럼프에 비핵화 전념, 추가 핵실험 없고 핵 프로그램 불가역적 해체 약속”

볼턴 전 보좌관은 23일(현지시간) 출간 예정인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에서 김 위원장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전념하고 있다면서 그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자신은 전임자들과 다르다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일들을 완전히 바꿨다고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북·미 간 힘든 과거를 과거 미국 행정부의 적대정책 탓으로 돌렸고,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이 자주 만남으로써 불신을 떨쳐버리고 비핵화 속도를 내기 위해 협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측에 일부 매우 공격적인 사람이 있다며 김 위원장의 판단에 동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어떤 핵 합의라도 상원 인준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볼턴 전 보좌관은 이 순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그는 완전 거짓말쟁이”라고 적힌 쪽지를 자신에게 건넸다고 전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추가적인 핵실험이 없고 핵 프로그램은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해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볼턴
북한 노동신문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진행된 북·미 정상 확대 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존 볼턴 당시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악수하는 사진을 13일 보도한 것./사진=연합뉴스
◇ “김정은, 한미연합군사훈련 축소·폐지 희망에 트럼프 ‘훈련 없을 것’”...“김정은, 트럼프 결정에 감명”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선언한 과정도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강경파가 있기 때문에 자신이 쉽게 극복할 수 없는 내부 정치적 장애물이 있다면서 북한 내에서 대중의 지지를 얻을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색을 하고 한미연합군사훈련에 지쳤다면서 훈련 범위를 축소하거나 없애기를 희망한다고 말한 뒤 4·27 남북정상회담 때 문 대통령에게 군사훈련 문제를 제기했지만 그가 ‘미국만이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연합훈련이 도발적이고 시간과 돈의 낭비라고 대답한 뒤 군 장성들의 생각을 꺾겠다면서 양측이 선의로 협상하는 동안 훈련이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미국에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게 했다고 했고, 김 위원장은 환하게 미소지으면서 북한의 강경파가 군사훈련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감명받을 것이라고 화답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회담장 안에 있던 폼페이오 장관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동의하는지 물었고, 두 사람은 ‘예스’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로켓 엔진 시험 시설의 해체에 동의하면서 미국은 더이상 북한의 위협 아래 있지 않기 때문에 더는 각자의 핵 단추 크기를 비교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 “김정은 한 시간 성취에 축하...트럼프의 ‘행동 대 행동’ 접근법 동의에 기뻐해”

김 위원장은 단지 한 시간 동안 성취한 모든 것에 대해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을 축하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사람은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동의했다. 이 같은 과정을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낚였다’고 표현했다.

김 위원장은 좋은 논의를 했다며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이 ‘행동 대 행동’ 접근법에 따르기로 동의한 데 기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이 접근법에 대해 양보했는지에 대해서는 그 순간을 놓쳤다며 정확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이 양보를 얻어 회담장을 떠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또 유엔 제재가 다음 조치가 되겠냐고 물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열려 있고 생각해보길 원한다면서도 발표할 수 있는 수백개의 새로운 제재가 있다고도 말했다. 김 위원장이 제재 완화 가능성을 타진한 것에 트럼프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화답한 것으로 풀이된다.

◇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케미’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개최 직후 언론용 모두 행사가 끝나자 일대일 회담이 매우 긍정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두 지도자가 이후 전화로 직접 접촉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웃으면서 미국의 전임 대통령 3명은 정상회담을 개최할 지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구분 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두 사람이 거의 즉시 친해질 것이라는 점을 안다고 했고,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로 똑똑하고 상당히 비밀스러우며 완전히 진실하고 훌륭한 성격을 가진 정말로 좋은 사람이라고 했고, 김 위원장은 정치에서 사람들은 배우 같다고 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김 위원장의 이 질문이 긍정적 반응을 끌어내거나, 아니면 회담을 바로 끝낼 위험이 있도록 설계된 것이었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낚였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폼페이오 김영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2018년 7월 7일 오전 북한 평양에서 2차 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평양 AP=연합뉴스
◇ 폼페이오 국무장관 임무, ‘로켓맨’ CD 김정은에게 전달하기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작은 로켓맨’이라고 부른 것을 생각해낸 뒤 가수 엘튼 존을 아느냐고 묻자 김 위원장은 웃었다. 로켓맨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김 위원장을 비판하며 사용한 말이었지만 칭찬이었다는 식으로 접근했다.

이후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7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때 자필 사인을 한 엘튼 존의 ‘로켓맨’ CD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하는 데 과도한 관심을 표현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CD를 건네줬는지 물은 것을 보면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 중) 김정은을 실제 만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에서 김 위원장에게 한국어판 동영상을 볼 것을 청했고, 곧이어 비핵화 이후 북한의 발전상을 담은 영상을 아이패드를 통해 함께 봤다.

영상 시청이 끝난 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공동성명을 가능한 한 빨리 서명하길 원했지만 성명 번역 작업의 불일치로 인해 시간이 지연됐고 대화는 계속됐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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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당시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019년 7월 24일 청와대에서 회담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 “북·미 정상회담 아이디어 제안, 정의용 실장...한국 창조물”

볼턴 전 보좌관은 이 같은 역사적인 6·12 북·미 정상회담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한 것은 김 위원장이 아니라 정 실장이라고 밝혔다.

볼턴 전 보좌관은 2018년 4월 12일 정 실장을 백악관 국가안보 사무실에서 만났다고 설명한 뒤 “정 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만나자는 김 위원장의 초청장을 건넸고, 트럼프 대통령은 순간적인 충동으로 이를 수용했다”며 “역설적으로 정 실장은 나중에 김 위원장에게 먼저 그런 초대를 하라고 제안한 것은 자신이었다고 거의 시인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모든 외교적 판당고(스페인 춤)는 한국의 창조물이었다”며 “김정은이나 우리 쪽의 진지한 전략보다는 한국의 통일 어젠다와 보다 관련이 있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 관점에서 보면 우리의 북한 비핵화 조건에 대한 한국의 이해는 근본적인 미국의 국익과는 하등 관계가 없는 것이었다”며 “그것은 내 관점에서 보면 실질적인 내용이 아니라 위험한 연출이었다”고 비판했다.

◇ “한국의 북한 비핵화 조건 이해, 미 국익과 관계 없어”

정 실장은 문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평양에 다녀온 직후인 2018년 3월 8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한 후 가진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뜻을 표명했다”고 발표했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정 실장과의 4·12 백악관 만남과 관련, “나는 정 실장에게 다가오는 4·27 남북 정상회담 때 비핵화 논의를 피할 것을 촉구했다”며 “평양이 서울과 일본, 미국(한미일) 사이의 틈을 벌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미·일 간 균열 심화가 북한이 선호하는 외교적 전략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이 워싱턴과 서울의 틈을 벌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문 대통령과 가능한 한 긴밀하게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는 미국과 한국이 보조 맞추기를 유지하고 ‘트럼프가 한국의 타협’을 거부했다는 헤드라인을 피하길 원했다. 그러나 그(트럼프 대통령)는 개의치 않는 듯 보였다”고 말했다.

◇ “종전선언, 문 대통령 아이디어 의심...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에 ‘나쁜 아이디어’ 권유 우려”

볼턴 전 보좌관은 종전선언과 관련, “우리의 논의에 있어 또 하나의 중요한 주제는 한국전에 대한 종전선언이었다”며 “나는 처음에는 종전선언이 북한의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후에 이것이 자신의 통일 어젠다를 뒷받침하기 위한 문 대통령의 아이디어라고 의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아이디어를 받아들이지 않을만한 또하나의 이유였다”며 “실질적으로 종전 아이디어는 그것이 좋게 들린다는 점을 빼고는 (채택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났다는 것과 ‘평화 정상회담’을 열었다는 것으로 인해 김 위원장을 합법화하고 제재를 약화할 위험성 등을 우려, 법적 구속력이 있는 어떠한 것도 막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나는 문 대통령이 이러한 나쁜 아이디어들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권유하는 데 대해 우려했다”며 “그러나 나는 결국 그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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