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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쿠웨이트주재 북한 대리대사 “김정은, 바이든에 바라는 것, 제재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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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1. 02. 02. 03:11

류현우 전 대리대사 "김정은, 핵 포기하지 않아...제재완화 위해 핵감축협상 나설 수도"
바이든 대통령, 이란 핵합의 경험 바탕, 북핵 현명하게 다룰 것"
"북한 민감 인권, 협상서 다뤄야"...평양 가족 처벌 우려
바이든 취임 선서
현우 전 쿠웨이트주재 북한 대리대사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방영된 미국 CNN방송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을 대북제재 해제라고 말했다. 사진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워싱턴 D.C. 연방의회 의사당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하는 모습./사진=워싱턴 D.C. UPI=연합뉴스
류현우 전 쿠웨이트주재 북한 대리대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국제사회의 제재 완화를 위해 핵무기 감축 협상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류 전 대리대사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타결 경험이 있어 북한 핵 문제를 현명하게 다룰 것으로 믿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과의 협상에서 인권 문제를 다뤄야 한다며 김정은 정권이 이 문제에 예민하다고 지적했다.

◇ 류현우 전 쿠웨이트주재 북한 대리대사 “김정은, 핵 포기 않을 것...제재 완화 위해 핵무기 감축 협상 나설 수도”
류 전 대리대사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방영된 미국 CNN방송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 이유로 “북한의 핵 능력은 체제의 안정에 직결된다”며 김 위원장이 핵무기가 생존의 열쇠라고 믿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CNN은 2019년 9월 주쿠웨이트 한국대사관을 통해 한국에 입국한 류 전 대리대사가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류 전 대리대사는 ‘김 위원장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북제재 해제”라고 간명하게 답했다.

류 전 대리대사는 2018년 6월 12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하는 데 제재가 중요한 역할을 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 대북제재는 전례가 없고, 강력하다”며 “대북제재가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김정은
2018년 6월 12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싱가포르 AP=연합뉴스
◇ 류현우 “대북제재, 김정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나오는 데 중요한 역할...계속돼야”

류 전 대리대사는 최소한 유엔이 대북제재를 강화하기 시작한 2017년까지만 해도 쿠웨이트·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국이 중국·러시아 다음으로 북한 정권의 현금줄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때문에 걸프 지역 (북한) 노동자들 대부분이 떠났다”고 말했다.

CNN은 쿠웨이트에 북한 노동자가 1만명 일했었고, 그들은 현대판 노예 취급을 받았다고 전했다.

◇ “바이든 대통령, 이란 핵합의 경험 바탕, 북핵 현명하게 다룰 것”

류 전 대리대사는 중동에서 근무하면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2015년 이란과 체결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가까이에서 지켜봤다며 당시 부통령이던 바이든 대통령의 경험이 북핵 문제를 다루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란 핵 문제를 해결한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 핵 문제를 현명하게 다룰 수 있을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북핵 문제 해결이 이란 핵합의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 전 대리대사는 2010~2013년 중동 내 북한의 우방인 시리아 근무 시절 시리아 정치인들과의 관계를 감독하는 책임을 맡았다며 북한이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에 장거리 다련장 발사포·대공 무기 시스템 등 재래식 무기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 “북한 체제에 인권 문제 민감...협상서 다뤄야...한국행 유일한 ‘유감’, 평양에 남은 가족”

류 전 대리대사는 북한과의 협상에서 인권 문제를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미 협상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대체로 숨기려 들었다고 CNN은 지적했다.

그는 “인권은 도덕의 문제”라며 “북한 체제에서 인권 문제는 민감하고, 심각하다”고 말했다.

류 전 대리대사가 북한 인권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그의 탈북으로 가족의 신변이 위험에 처한 사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국 생활 16개월 동안 유일한 ‘유감’은 평양에 남은 가족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형제자매 3명, 83세 노모, 고령의 장인·장모가 처벌을 받을까 우려한 것이다.

류 전 대리대사는 “북한이 21세기에 봉건적인 연좌제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것은 끔찍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나는 단지 그들이 오래 사는 것을 보고 싶을 뿐”이라며 “내가 한 일 때문에 그들이 처벌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류 전 대리대사는 장인이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을 운영하는 인물이었다고 밝히는 등 그와 부인이 북한 고위층 출신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와 그의 부인은 한국행이 딸을 위해 옳은 결정을 했다고 믿는다며 한국에 온 뒤 딸에게 무엇이 가장 좋으냐고 물었더니 “인터넷을 마음껏 쓸 수 있다는 점”이라고 답했다고 CNN에 전했다.

류 전 대리대사는 탈북 당시 상황과 관련, 쿠웨이트에서 한 달 동안 탈출 계획을 짠 뒤 딸을 차로 학교에 데려다주는 것처럼 위장해 쿠웨이트 주재 한국대사관에 망명을 신청하고 며칠 뒤 한국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대사관으로 가는 길에 “딸에게 ‘엄마 아빠랑 자유를 찾아가자’고 말했더니 딸은 충격을 받은 뒤 ‘그래요’라고만 말했다”고 회고했다.

류 전 대리대사는 2016년 한국에 와 현재 국회의원인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의 태영호 전 공사, 2019년 한국에 온 조성길 전 주(駐)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 등과 함께 최근 북한에서 망명한 중요 인물이다.

류 전 대리대사는 국내에 입국, 주민등록 과정에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이름으로 바꿨다고 CNN은 설명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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