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독일 대통령 “푸틴 평가와 러시아 정책 오류·실책”...메르켈 “내 결정 옳아”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photo.asiatoday.co.kr/kn/view.php?key=20220406010002793

글자크기

닫기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2. 04. 06. 05:49

슈타인마이어 "푸틴 광기 때문에 러시아 파멸 감수 않을 것으로 오판"
"러, 유럽 체제 통합·민주주의 및 인권의 길 참여 노력 실패"
메르켈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반대한 내 결정 옳아"
Germany Russia Ukraine War Steinmeier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독일 공영 ZDF방송의 베를린 중앙역 스튜디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한 판단과 대러시아 정책의 오류와 실책을 자인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2001년의 푸틴과 지금의 푸틴을 구분해야 한다며 자신의 오판에 대해 변명을 시도했다. 이는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전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2008년 4월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독일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반대한 결정이 옳았다고 옹호한 것과 연장선에 있다.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 출신인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1999년부터 2005년까지 SPD 게르하르트 슈뢰더 정부에서 총리실장을 지냈고, 이후 중도우파 기독교민주연합(CDU) 소속이었던 메르켈 정부에서 2005~2009년, 2013~2017년 두 차례 외무장관으로서 독일 정부의 러시아 정책을 주도했다.

◇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러, 유럽 안전보장 체제 통합·민주주의 및 인권의 길 참여 노력 실패”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베를린 중앙역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독일 공영 ZDF방송 인터뷰에서 “(미하일) 고르바초프(전 러시아 대통령)의 비전인 공동 유럽 사회를 건설하려는 우리의 노력은 실패했다”고 자인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러시아를 유럽 안전보장 체제에 통합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의 길에 참여시키려는 파리헌장의 노력은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파리헌장은 냉전 종식 후인 1990년 11월 19~2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안보협력회의(CSCE) 정상회의에서 발표된 ‘새 유럽을 위한 파리헌장’을 가리킨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푸틴 체제에서 정상으로의 복귀는 없을 것”이라며 푸틴이 집권하는 한 러시아와의 정상적인 관계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Lithuania Germany Russia Ukraine War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가운데)이 3일(현지시간)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오른쪽)과 함께 리투아이나 수도 빌뉴스에서 서쪽으로 100km(62.12마일) 떨어진 루클라 군사기지를 방문하고 있다. 이 기지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소속 다국적군 1600명이 주둔하고 있으며 독일군이 이끌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 슈타인마이어 “푸틴, 제국주의적 광기 때문에 러시아의 파멸 감수 않을 것으로 오판”...“2001년·2022년 푸틴 달라”...변명 시도

그는 “총결산에는 2022년의 푸틴 대통령이 궁극적으로 그의 제국주의적 꿈과 광기 때문에 러시아의 완전한 정치·경제·도덕적 파멸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리가 생각했던 오판도 포함된다”고 실토했다.

다만 그는 독일 연방하원에서 독일어로 한 연설에서 민주주의와 자유·인권을 존중하는 공동의 길을 걸을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인상을 준 푸틴과 지금의 벙커 속 전쟁선동자 푸틴은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판단에 대한 변명을 시도하는 인상을 줬다.

이에 ZDF 진행자는 ‘지난 20년 동안 체첸 공화국·조지아·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공격과 시리아에서의 사린가스(화학무기) 사용 등 더 많은 러시아군의 공격을 봤다’고 지적하면서 독일과 러시아를 잇는 가스관인 노르트 스트림-2 강행 문제를 거론했다.

노르트 스트림 2
독일 북부 루브민의 ‘노르드 스트림- 2’ 시설 모습./사진=AP=연합뉴스
◇ 독일, 러의 우크라 크림반도 강제 병합 불구, ‘노르트 스트림-2’ 강행...슈타인마이어 “실책...10억유로 프로젝트 파괴, 동유럽 신뢰 잃어”

이에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노르트 스트림-2의 강행을 고집한 것은 분명한 실책”이라며 “결과적으로 10억유로 규모의 프로젝트가 파괴됐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동유럽 파트너 국가에 신용과 믿음을 많이 잃게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지난 2월 24일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 이후 외무장관 재임 기간 러시아 정책의 잘못된 판단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독일 방송은 슈타인마이어 당시 외무장관과 푸틴이 여러 차례 만나 친근함을 표시하는 장면을 연속해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전날 베를린 대통령궁에서 진행한 기자들과 대화에서 “나의 평가는 푸틴이 자신의 제국주의적 광기를 위해 러시아의 완전한 경제·정치·윤리적 몰락을 감수하지 않으리라는 것이었는데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는 틀렸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에 대한 책임은 푸틴 대통령에 있다”며 “이는 우리 탓이 아니지만, 이는 우리가 어떤 지점에서 실수를 범했는지 숙고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안드리 멜리니크 주독일 우크라이나 대사가 지난 3일 타게스슈미겔 인터뷰에서 독일 대통령들이 수십년 동안 러시아와 접촉의 거미줄을 만들었다며 자신을 언급한 것에 대해 변호를 시도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2014년 초 이후 자신의 일에 우크라이나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에도 불구하고 노르트 스트림-2를 강행하면서 대러시아 정책을 고수한 것을 옹호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