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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미군 최대 기지 ‘포트 리버티’, 장성 전역식서 본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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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3. 07. 05. 07:30

주한미군 복무 미군 장성 전역식 취재
경복궁 기념사진, 주한미군 출신 장성 다수 참석
기지 내 인천빌리지
미군 최대 기지명, 남부연합 장군명서 '리버티'로 변경
'비난 게임' 아닌 인종차별 역사 바로세우기
매네스 소장
브라이언 매네스 미국 육군 소장이 6월 23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 리버티에서 거행된 자신의 전역식에서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작전 중 전사한 병사 한명의 사진을 들어 보이면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사진=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최근 며칠 미국 동부 버지니아주와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미군 기지 2곳을 방문했다.

주한미군 근무 경험이 있는 두 장성의 전역식에 참석한 김종욱 한미동맹재단 이사를 동행 취재한 것이었다.

워싱턴D.C.에서 자동차로 약 4시간 거리의 포트 유스티스(Eustis)에서 진행된 게이 존스 준장의 전역식에는 가족이 경복궁에서 찍은 사진이 안내 데스크에 놓여있었고, 선임을 대표해 축사를 한 장군이 미 제8군 사령관인 월러드 밸러슨 중장일 정도로 한국복무 경험이 소중하게 기억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매네스 전역식
브라이언 매네스 미국 육군 소장의 전역식이 6월 23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 리버티에서 거행되고 있다./사진=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4성장군
미국 육군 대장 등 장성과 가족들이 6월 23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 리버티에서 거행된 브라이언 매네스 소장의 전역식에서 미 육군 군가(The Army Song)를 제창하고 있다./사진=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매네스 가족
6월 23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 리버티에서 거행된 브라이언 매네스 미국 육군 소장의 전역식에서 매네스 소장과 그 가족들이 프랜시스 H. 커니 예비역 중장의 축사를 듣고 있다./사진=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아울러 기지 내에는 미군이 참전한 주요 전장의 이름을 딴 거주지가 있었는데 인천 빌리지도 형성돼 있었다. 작전을 지휘한 맥아더 장군의 동상철거 운동과 낙서 사건이 끊이지 않고, 국민의 기억에서 잊히고 있는 인천상륙작전이 제2차 세계대전의 전세를 바꾼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함께 미군의 주요 상륙작전으로 평가받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어 주한 미 제2보병사단 부사단장 출신인 브라이언 매네스 소장의 전역식에 참석하기 위해 자동차로 3시간 30분 정도 떨어진 포트 리버티(Liberty·자유)로 향했다. 이곳은 미군 최대의 기지로 병력만 5만명, 가족 등을 합치면 인구 25만명이라고 한다. 실제 방문센터에서 출입증을 받고 들어간 기지 내에도 제한 속도 시속 40마일(64km)의 자동차 전용도로가 이어졌다.

매네스 소장의 전역식에도 JSA(공동경비구역) 등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수명의 미군 예비역 장성들과 한국계 웨스트포인트 동기가 참석하는 등 전역 장군의 한국과의 인연을 느낄 수 있었다.

베트남전
게이 존스 미국 육군 준장(왼쪽)이 6월 22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포트 유스티스(Eustis) 기지 내에서 진행된 자신의 전역식에서 베트남전에서 왼쪽 팔을 잃은 한 참전용사를 소개하고 있다./사진=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감사패
월러드 밸러슨 미국 제8군 사령관(왼쪽·중장)이 6월 22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포트 유스티스(Eustis) 기지 내에서 진행된 게이 존스 준장 전역식에서 데브라 존스 여사에게 미국 육군의 감사장을 전달하고 있다./사진=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감사장
프랜시스 H. 커니 미국 육군 예비역 중장(왼쪽)이 6월 23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 리버티에서 거행된 브라이언 매네스 소장의 전역식에서 켈리 A. 매네스 여사에게 미국 육군의 감사장을 전달하고 있다./사진=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전역식은 국민의례-축사-감사 인사-전역증 및 훈장 수여-육군의 노래 제창 등의 순으로 진행됐는데 축사가 20~30분, 전역자의 감사 인사가 40~50분 정도였다. 모두 공수부대 출신이고, 이라크·아프가니스탄 등 전 세계 전선을 누빈 전역자들이 가족에 대한 감사와 미안함을 표현할 때 감정이 북받친 모습이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특히 매네스 소장은 전사한 미군 동료 명단과 사진을 보여주면서 눈물을 쏟기도 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인 이창건(94) 전 한국원자력학회장이 북파 첩보부대 'KLO(Korea Liasison Office)' 기획 참모로서 참전한 한국전쟁에서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 1주일 전께 대원 25명을 북파한 것이 70년 지난 지금도 가슴 아프다고 말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아이언 마이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 리버티 내에 있는 미군 공수부대의 상징 '아이언 마이크' 동상./사진=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공수박물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페이엣빌시의 미군 공수부대 박물관 내부. 미국 내에는 육군·해군·공군·해병대 등 각 군의 참전사를 보관하고 기념하는 박물관이 다수 있다./사진=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공수박물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페이엣빌시 소재 미군 공수부대 박물관 입구에 있는 북파 첩보부대와 주한미군 특수부대로 구성된 주한국제연합유격군 기념비./사진=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인천마을
미국 버니지아주 포트 유스티스(Eustis) 기지 내에 있는 인천 빌리지./사진=김종욱 한미동맹재단 이사 제공
전역식과 함께 기자의 눈에 들어온 것은 포트 리버티 명칭 변경이다. 이 기지의 명칭은 포트 브래그(Bragg)였고, 지금도 도로명 등에 브래그란 이름이 남아있다.

이 기지는 원래 흑인 노예를 소유했으며 남북전쟁 주요 전투에서 패배해 남부연합의 몰락에 기여한 노스캐롤라이나주 워런턴 출신의 브랙스턴 브래그 장군의 이름을 따서 1918년 명명됐다. 하지만 지난 6월 2일 포트 리버티로 기지명이 변경됐다. 2020년 5월 경찰 진압 과정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숨져 전국적인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으로 번진 인종차별 역사 바로 세우기의 일환이었다.

전역 축하 파티
6월 23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무어 카운티에서 브라이언 매네스 미국 육군 소장의 전역 축하 파티가 진행되고 있다./사진=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김종욱 회장
김종욱 한미동맹재단 이사(왼쪽)가 6월 23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무어 카운티에서 진행된 브라이언 매네스 미국 육군 소장의 전역 축하 파티에서 주한미군 출신 예비역 장성들에게 주한미군전우회(KDVA·회장 커티스 스카패로티 전 주한미군사령관)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사진=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기지명 변경에 약 800만달러(105억원)가 든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전체 남부연합 잔재 청산과 새 기지 이름 명명에 6250만달러(819억원)가 든 것으로 추정된다. 제18 공수군단의 사령관인 크리스토퍼 도나휴 중장은 '포트 리버티' 소재지인 페이엣빌이 1775년 영국으로부터의 자유를 위해 싸우겠다는 의지를 선언한 최초의 협정 중 하나에 서명했다며 기지명 변경의 의미를 설명했다.

최근까지 한국계 마이클 시글 준장이 병참감으로 복무했던 버지니아주의 '포트 리(Lee)'도 '포트 그레그-애덤스'로 바뀌었다. 남부연합군 사령관 로버트 리 장군의 이름을 지우며, 흑인 남성 아서 그레그 중장과 흑인 여성 채리티 애덤스 중령의 이름을 기념한 것이다.

기지명 변경뿐 아니라 도로·학교 등 민간 인프라에 대한 인종차별 역사 바로 세우기가 진행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노예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 등을 예로 제시면서, 이 운동이 미국 역사 전체를 부정할 수 있음에 우려를 표해 왔다. 기지명 변경 등이 담긴 2021년 국방수권법(NDAA)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역설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6명의 미 전·현직 대통령 가운데 유일하게 노예 소유주의 후손이 아니다. 전후 대통령 가운데 가장 친흑인 정책을 추진 중인 인물로 평가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을 포함해 미국 최초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백인 외가, 공화당 출신 조지 W. 부시, 민주당 출신 빌 클린턴·지미 카터 전 대통령 선조는 모두 노예 소유주였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연방 대법관 9명 중 2명, 2022년 기준 50명의 주지사 중 11명이 노예 소유주 후손이다. 아울러 지난해 임기를 마친 제117대 연방 상·하원 의원 536명 중 상원의원 100명 중 4분의 1 이상인 28명 등 최소 100명의 조상 최소 친가나 외가 한쪽이 노예 소유주였다.

이처럼 인종차별 역사 바로 세우기 명분 속에 노예소유 족보까지 보도되지만, '비난 게임'의 장은 아니며, 조상의 '죄'가 대물림되지 않는다고 말한 전문가의 언급에 주목하고 싶다. 과거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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