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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소외] ④‘연대의 힘’으로 소외의 틈을 메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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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임수 기자

승인 : 2023. 08. 16. 07:00

독일 최대 사회적 약자 대변 기구 '파우데카'를 가다
회원 220만…노인·장애인 위한 법률자문·공동체 역할
베를린 세계 최대 세입자연합…"법률보험도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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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최대 사회적 약자 대변 기구인 파우데카(VDK) 베를린 전경/김임수 기자
독일은 세계 최초로 사회보험법을 제정해 저소득 노동자와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의료지원, 재해수당, 노령연금 등 전 세계 복지제도의 원형을 세운 나라다. 자연스럽게 사회법 관련 소송 및 법률구조 서비스가 선진화됐고, 이를 통해 시민들은 소송을 통해 권리를 찾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특히 독일 시민들은 법률 도움이 필요할 경우를 대비해 각종 사회단체에 가입해 활동하기도 한다. 이른바 '사회적 연대의 힘'을 통해 '소송 소외' 문제를 해결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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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21일 오후, 한바탕 비를 퍼붓고 난 베를린 미테지구. 독일의 최대 사회연합 중 하나인 파우데카(Sozialverband VdK) 입구에는 회원 가입 안내를 위한 각종 브로슈어가 비치돼 있었다. 회원수가 220만명에 이르는 파우데카는 주로 장애인이나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회원으로 두고 사회법에 대한 각종 법률 조언을 해주는 비영리 단체다.

이날 기자를 안내한 홀거 랑게(Holger Range) 파우데카 베를린 상근 변호사는 "파우데카는 독일 전체에 13개의 지점이 있고, 회원제로 운영한다. 월 8유로를 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라며 "회원들은 정치적으로 묶여있지 않지만, 파우데카 안에서 빈곤과 사회적 배제를 부르는 각종 정책 변화에 목소리를 낸다"고 전했다.

파우데카 회원들은 대부분 사회취약계층으로 사회보장사건에 관한 법률 상담이나 소장 작성 등의 도움을 받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랑게 변호사는 "노후연금이나 중증장애인법 관련 분쟁에 대한 상담이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사회법 관련한 어떤 분야의 소송이든 필요하다면 도움을 주고 있다. 가령 아파서 일을 못 하게 됐다면 실업급여나 관련 보험을 빠르게 받을 수 있는 길을 안내한다"고 전했다.


파우데카는 사회법 관련 재판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기도 한다. 사회법원 1심 재판의 경우 1명의 직업 판사와 2명의 명예법관으로 진행하는데, 파우데카가 명예법관을 직접 추천하거나 명예법관이 된 일반 시민을 교육한다. 랑게 변호사는 "사회법은 3심제로 이뤄지는데, 하급심에서 다른 판결들이 나왔을 때 연방사회법원에 통일된 판결을 끌어내는 것도 파우데카의 역할"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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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데카 베를린 홀거 랑게 상근 변호사(왼쪽)과 클라우디아 킵 대변인./김임수 기자
◇ 전쟁 피해자를 위한 단체서 사회적 약자 대변 기구로
파우데카(VDK)는 'Verband der Kriegsbeschadigten'의 약어로 우리말로는 '전쟁보훈자협회'로 번역된다. 클라우디아 킵(Claudia Kepp) 파우데카 베를린 언론 대변인은 "파우데카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내 전쟁 피해자들의 모임에서 시작됐다. 전쟁 이후 연금 삭감 등에 반대하고 소송으로 권리를 되찾기 위해 연대했다. 당시에는 사회법 전문 변호사가 많지 않아서 파우데카 소송대리 활동이 입소문을 탔고, 이후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모든 사회법 분야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파우데카는 각종 소송 자문 외에도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동체 역할도 해내고 있다. 킵 대변인은 "파우데카 회원들은 단체로 소풍도 가고 크리스마스엔 행사를 열어 케익을 나눠 먹기도 한다. 소도시에서는 파우데카가 만남의 장소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현재 6만명의 자원봉사자가 함께 활동하고 있는데, 가족 중에 파우데카 회원이 있으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랑게 변호사는 "파우데카의 모토는 '사회 평등의 실현'이다. 파우데카가 정당 정치에 관여하지는 않지만 회원들의 소송을 도와 개인적인 요구를 이뤄내다 보면 종국에는 연방법원을 통한 정치적인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된다"며 "한 번 만들어진 법을 바꾸기는 어렵지만 소송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위한 판례들이 계속 나오면 사회적 평등과 취약계층이 보호되는 국가, 장애인과 비장애인, 노인과 젊은이들이 연대할 수 있는 국가가 되는데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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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거 랑게 파우데카 베를린 상근 변호사가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 이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김임수 기자
◇'세입자 연대'서부터 소송 대비 보험 상품까지
'소송 소외' 취재를 위해 찾은 독일 베를린은 세계 최대 규모의 세입자연합(Berliner Mieterverein)도 존재한다. 베를린은 전체 가구의 85%가량이 세입자로, 이 중 6~7% 정도인 19만여명이 세입자연합에 가입해 임대인으로부터 퇴거 요청 등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법률서비스를 제공받는다. 회비는 월 10유로지만 저소득층은 50%가량 감면 혜택도 준다.

건축·노동법 분야 전문인 이재윤 주베를린 한인 변호사는 "베를린시에서 2020년부터 5년간 임대료를 동결시킨 법을 통과시킨 후 관리비를 갑자기 더 내라거나 하자가 발생했을 때 세입자에게 알아서 하라는 둥 주택 관련 분쟁도 많아졌다. 보통 세입자가 경제적으로 취약하거나 청년으로 약자인 경우가 많지만 독일에선 세입자연합과 같은 곳에서 목소리를 내며 균형을 이룬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독일은 한국에 비해 소송 비용을 저렴하다고 느끼는 편이고, 민·형사상 분쟁에 대비해 변호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법률비용보험'도 있다. 국민 절반 가까이 보험에 가입했을 정도로 활성화된 편"이라며 "한국에서는 이러한 법률보험이 없는 것으로 아는데, 소송 소외의 또 다른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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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독 베를린 한국 대사관 자문 변호사인 이재윤 변호사/이재윤 법률사무소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김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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