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남겨진 1주택자, 세금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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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연초 현행 유산세 체제를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내용의 연구용역을 추진했다. 유산세는 피상속인이 남긴 전체 유산 총액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방식으로, 과세표준이 30억원을 넘으면 최고세율인 50%를 부과한다. 이 같은 상속세 틀이 20여년간 그대로 이어져 온 탓에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하지 않은 채로 과세 대상이 지나치게 넓어졌다는 지적이 학계 등에선 꾸준히 제기돼 왔다. 유산취득세는 각 상속인의 취득재산 가액에 대해 개별적으로 과세하는 방식이어서 현행보단 상속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보다 공평과세에 부합한다는 의견이다.
경남대 산업경영연구소가 펴낸 '중소기업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담은 상속세 개선 방안'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부분의 국가가 가족기업 상속 시 세율 자체를 인하하거나 각종 공제 등을 통해 정책적으로 원활한 가업승계가 이뤄지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가업승계 시 증여·상속 세금유예, 비상장 중소기업 감면 대상 주식을 종전 3분의 2에서 전체로 확대하는 등 세제지원을 강화했다. 후계자를 구하지 못해 문을 닫는 중소기업이 급증하면서 가업승계에 대한 엄격한 규제의 장점보다 폐업으로 인한 경제 전반의 피해가 더 크다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한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같은 사회적 논의가 더딘 상황이다.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 결과, 가업승계에 따른 상속세 부담으로 우량 장수기업이 사모펀드나 비관련 업종기업에 기업매각 사례는 무수히 많다. 유니더스, 쓰리세븐, 락앤락, 농우바이오, 에이블씨앤씨 등이 주요 사례로 꼽혔다. 연구에서는 "상속세 세율 인하와 주식할증평가 과세 폐지가 요구된다"며 "업종변경 또한 완전 자율화해 승계기업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트랜드에 한발 앞서 적응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도 "최고세율을 인하해야 중소기업의 가업승계가 원활히 이어질 수 있다"며 "상속세 개편이 부자감세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선 '상속세 개편'을 서민의 관점에서도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주택 가격 급등으로) 사실상 서울에 1주택을 지닌 서민들도 상속세를 물게 되는 대상이 됐다"며 "과거엔 남편들이 주로 재산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홀로 남겨진 부인들이 세금을 내지 못 해 살던 지역을 벗어나야 하는 등 곤란한 상황들을 겪으면서 현실에선 이미 서민의 문제로 들어와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부동산 가격 상승 여파 등에 상속세와 증여세의 납세인원 및 재산가액의 규모는 최근 크게 불어났다. 국세청에 따르면 상속세의 경우 2018년 대비 지난해 납세인원은 8449명에서 1만9506명으로 130.9% 증가했고, 총상속재산가액은 20조6000억원에서 56조5000억원으로 174.3% 증가했다. 증여세도 2018년에는 14만5000건이었지만 지난해 증여건수는 21만6000건으로 49% 증가했다. 증여재산가액은 27조4000억원에서 37조7000억원으로 37.6% 늘었다. 이와 유사한 문제 제기는 야권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상속세 과세 시 피상속인이 평생 납부한 종합소득세를 상속세액 공제로 인정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다만 상속세 개편시 전반적으로 국세수입이 줄어드는 부담감도 있다. '세수 부족'에 직면한 정부는 상속세 개편을 논의할 시점이라면서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표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정책적으로 추진하려고 했으면 이번 세법개정안에 냈어야 했는데 아직 국민적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국회에서 논의가 되면 우리도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