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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헌법재판소는 누구의 견제를 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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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연 기자

승인 : 2025. 01. 24. 08:04

현재 헌재 계류 중인 탄핵심판은 10건
정파적 판결 우려 그 어느때보다 팽배
바람에 흩날리는 헌법재판소 깃발
바람에 흩날리는 헌법재판소 깃발/연합뉴스
"일개 검사나 판사가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인 비상계엄 선포 요건에 대해 옳다 그르다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첫 재판에 선 내란 주요임무 종사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일성이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의 대통령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수사기관에서 단 한번도 입을 열지 않았던 윤석열 대통령도 헌법재판소(헌재)엔 직접 출석해 고개를 숙였다.

2025년은 헌재 개소 이래 가장 많은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해야 하는 해다. 현재 계류 중인 탄핵심판 사건만도 10건이나 된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번호는 '2024헌나8'이다. 2024년 접수된 탄핵심판사건(헌나) 중 여덟번째라는 뜻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번호는 각각 '2004헌나1' '2016헌나1'이었다. 일개 검사나 판사 따위는 판단할 수 없는, 국가 명운을 가를 사건들이 헌재만 바라보고 있다.

헌재는 헌법질서 수호와 국민 기본권 보호를 위해 지난 1988년 설립됐다. 사법부와는 별도의 독립된 기관으로, 국가 권력의 균형과 견제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헌법재판관 9인은 헌법재판소법 4조에 따라 누구의 간섭이나 지시로부터 독립해 오직 헌법과 법률에 의해서만 심판한다.

헌법이 대한민국 법질서의 최고 규범인 만큼 헌재의 권한도 막강하다. 헌재의 위헌 판단 하나면 오랜 세월 사회를 규정하고 있던 법률 조항도 즉시 효력을 상실한다. 여야 정쟁으로 초유의 재판관 공석 사태를 맞닥뜨리자 헌재는 스스로 헌재법 효력을 정지시키기도 했다. 헌재 마비를 피하기 위한 자구책이었지만 헌재 조직과 절차에 관한 규정 자체를 편의주의적인 태도로 무력화했다는 지적도 많았다.

독립적 헌법기관으로,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는 헌재가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누가 추천한 헌법재판관이냐에 따라 정파적 판결을 예상하는 국민적 불신이 그 어느때 보다 팽배하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만 해도 헌재의 심리 속도나 내란죄 철회 등을 두고 논란이지만, 정작 헌재는 '헌법과 법률' '재판관의 양심' '전적으로 재판부가 판단할 사항'을 되뇌일 뿐이다. 국민적 의구심을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근본적 문제는 헌법재판관 9인을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지명·추천하는 현재의 선출방식에 있다. 정파적 이해로부터 자유로울수 없는 태생적 한계다. 헌재 독립성에 직접적이고 치명적 타격을 준 원인이다. 대통령 권한대행들이 지명·추천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고 버텼던 이유이기도 하다.

헌법재판관의 정치적 성향이 편향된 판결로 귀결될 것이라는 예단은 위험하다. 그렇다고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도 없다. 헌재를 감시하거나 견제할 수단이 전무하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견제와 감시가 없는 권한은 언제든 독재와 독선으로 흐를 수 있다.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이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파면할 유일한 권한이 헌재에만 있다는 사실, 헌재가 '헌법과 법률' '재판관 양심'에 반한 판정을 내릴 때 이를 견제하고 되돌릴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기만 하다. 헌재 독립성 만큼이나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
김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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