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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산책] 올해 마지막날 나란히 개봉하는 ‘보고타’ ‘시빌 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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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승인 : 2024. 12. 30. 13:27

한인 이민자들의 욕망과 배신 다룬 '보고타'…연기 화음 돋보여
내전 발발한 미국 배경인 '시빌 워'…등골 서늘할 만큼 실감 전달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
송중기는 31일 개봉하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에서 가족의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주인공 '국희' 역을 열연했다./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묵직하면서도 다소 섬뜩한 분위기의 국내외 영화 두 편이 올해의 마지막날 나란히 공개된다. 31일 개봉하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과 '시빌 워: 분열의 시대'다.

▲이민자들의 욕망과 배신 다룬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

IMF 구제금융 후폭풍으로 쫄딱 망한 '국희'(송중기) 가족은 지구 반대편의 콜롬비아 보고타로 떠난다. 그곳에서 한인 상인회의 실력자 '박병장'(권해효)의 말단 수하로 일하게 된 '국희'는 영민한 머리와 대담한 성품으로 '박병장'에게 인정받고 통관 브로커인 '수영'(이희준)의 눈에도 띈다. 이후 '국희'는 승승장구해 한인 상인회를 장악하지만, 콜롬비아 세관의 견제와 '수영'의 질투로 어려움에 처한다.

해외 이민자들의 눈물겨운 애환과 성공을 다룬 '인간극장' 류의 따뜻한 휴먼 드라마를 기대하면 큰 오산이다. 음모와 계략이 난무하는 해외 한인 커뮤니티의 어두운 이면을 통해 탐욕의 끝을 고발하는 누아르물에 가깝다. 일례로 극중 '국희'는 '스카페이스'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던 주인공 '토니 몬타나'(알 파치노)를 연상시킨다. 가족의 생존이 유일한 목표였던 성실한 청년에서 야심만만한 사업가로 변해가는 모습은 꽤 설득력이 넘친다.
송중기를 비롯한 주요 출연진의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연기 화음은 가장 큰 볼 거리다. 다만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급격하게 빨라지는 이야기 전개의 호흡은 '옥에 티'다. 15세 이상 관람가.

시빌 워: 분열의 시대
내전이 발발한 가상의 미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시빌 워: 분열의 시대'가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과 함께 31일 공개된다./제공=마인드마크
▲왠지 남의 나라 얘기같지 않다, '시빌 워: 분열의 시대'

캘리포니아 주와 텍사스 주가 주축이 된 '서부군'과 나머지 19주가 뭉친 '플로리다 동맹'이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내전을 벌이고 있는 미국, 종전 기자 '리'(커스틴 던스트)와 '조엘'(와그너 모라) 일행은 대통령을 인터뷰하러 워싱턴으로 향한다.

2023년 아카데미 7관왕에 빛나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등으로 잘 알려진 독립영화사 A24가 처음 도전한 블록버스터란 홍보 문구에 혹했다가는 실망하기 쉽다. 지옥처럼 변해버린 가상의 미국을 배경으로, 극단의 정치 대립이 몰고 온 파국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느낌의 로드무비이기 때문이다.

극중 빨간 안경을 쓴 군인이 아시아인 기자에게 심드렁한 표정으로 "당신은 어떤 미국인인가?"(What Kind Of An American Are You?)라고 질문한 뒤 상대가 "중국 출신"이라고 답하자 주저없이 방아쇠를 당기는 장면은 제2기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더욱 거세질 미국내 '반중 정서'를 예고하는 것 같아 섬뜩하기 짝이 없다. 또 군인들과 사복 차림의 용병들이 서로를 사냥하듯 살육하는 모습은 무장한 군인들이 자칫 우리에게 총부리를 들이댈 뻔했던 '그날 밤'을 떠올리게 해 영화가 아닌 실제 상황처럼 다가온다. 15세 이상 관람가.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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